[이 아침의 화가] 자연 보는 인간 내면 묘사한 류경채

입력 2025-07-18 17:20
수정 2025-07-19 00:10

‘낀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앞뒤 세대의 강렬한 존재감에 밀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한국 추상미술에서는 1920년대생 작가들이 그렇다. 앞 세대인 1910년대생에 김환기·유영국 등 1세대 현대미술 거장들이 포진했고, 뒤 세대인 1930년대생에는 박서보·이우환 등 단색화 대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류경채 화백(1920~1995)은 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폐림지 근방’으로 대통령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1960년대부터는 보이는 자연을 그리는 데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추상회화를 그렸다. 그의 차분하고 그윽한 색채와 여백에는 계절과 날씨의 미묘한 감각이 담겨 있다. 시간의 흐름과 순환이라는 질서와 동양적 철학이 담겨 있어 류 화백의 그림은 단순한 색면과 여백만으로 관객을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한다.




두 아들(류훈·류인)도 아버지를 따라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그중 조각가인 아들 류훈(1954~2014)과의 2인전이다. 아들의 묵직한 조각 속 텅 빈 공간이 아버지의 그림 속 여백과 어울려 전시를 완성한다. 전시는 8월 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