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잇따른 바가지 논란에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제주도. 지난달 8개월 만에 관광객이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아직 내국인 방문객 회복은 더딘 편이다. 올 여름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 관광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작년보다 (내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이 줄어들었어요. 이러다 성수기에도 파리 날릴까봐 걱정입니다."
이달 초 제주 서귀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관광객 감소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체감상 '반토막'"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는 정말 줄었을까. 19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전년(744만4524명) 대비 6.1% 줄어든 698만7763명에 그쳤다. 700만명 돌파를 코앞에 뒀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시점이 2주가량 늦어졌다.
전체 입도객 가운데 비중이 높은 내국인 감소 여파다. 내국인은 9.3% 줄어든 582만2304명, 외국인은 14.2% 늘어난 115만5459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은 크루즈선 입항 확대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크루즈 입국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제주로 입항한 외국인은 7만97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3% 늘었다.
지난주 강정항 크루즈 터미널에는 스타크루즈, MSC 크루즈의 대형 크루즈 선박이 정박해 관광객들이 인근 지역 관광에 나섰다. 강정항에서 가까운 켄싱턴리조트 서귀포 관계자는 "크루즈가 정박하면 리조트 내 식음업장을 방문해 식사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만 체류 시간이 8시간가량으로 제주에서 소비를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뒤따랐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바가지 물가 논란 여파로 풀이된다. '비계 삼겹살'부터 '평상 비용 갑질'까지 이슈화되면서 여행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정적 여론 확산이 제주 관광산업에 미친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며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제주를 여행지에서 제외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직장인의 여름휴가가 집중되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0일 극성수기 기간 내국인 관광객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올여름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22.4%)가 제주를 선호 여행지로 꼽았다.
통계에서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내국인 관광객 수 감소세가 꺾였고, 이 기간 객실 예약률은 '만실'에 가깝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총 1600실 규모)의 객실 예약률은 7월 초 기준 7월 90%, 8월 80%에 육박한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리조트 서귀포와 제주 중문도 평균 90% 이상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신화월드는 신화관, 랜딩관, 메리어트관 등 차이를 보이지만 80%가량의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신화월드 관계자는 "예약 단계로 정확한 데이터 집계는 어렵지만,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름휴가 기간 내국인 관광객이 '반짝 회복'에 성공한다 해도 재방문과 비성수기 시즌 여행객 확보를 위해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휴가의 성수기 효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오고 싶은 제주' 이미지를 만드는 게 신뢰 회복과 더불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