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앉는다면?

입력 2025-07-17 17:20
수정 2025-07-18 00:05
국무총리, 장관 같은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하더라도 실제로는 후보자의 답변과 태도를 보고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후보자가 되면 광범위한 자료를 제출해 검증받아야 하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피하고 싶은 자리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보자 자리에 앉아 날카로운 질문을 들으며 본인의 인생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주는 18명의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소위 ‘청문회 슈퍼위크’였다. 그중 후보자 3명에 대한 청문위원으로 참여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 자리에 앉는다면 어떤 질문을 받게 될까?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이 아이는 사주에 관운이 있다. ‘장관’이 되려나 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오래돼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말 때문은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의 인사청문회를 유심히 봤던 것 같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어렴풋이 언젠가는 나도 공직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며 더 조심해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인사청문회에 참여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있자니, 식은땀이 났다. 예전 청문회의 단골 메뉴였던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잣대는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름대로는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부도덕 및 불공정을 경계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누군가를 비판할 자격이 되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지던 일들이 이제는 용납되지 않거나 쉽게 드러나지 않던 일들이 더 이상 숨기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동료 국회의원들도 “이젠 행동을 더 조심해야 한다” “선거로 뽑혔다고 예외가 아니다”고 얘기했다. 이런 것을 계기로 세상이 바뀌고,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게 아닐까.

사실 인사청문회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다. 나 또한 진짜 장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후보자로 청문회 자리에 앉는 날을 상상하며 사는 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청문회 슈퍼위크는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청문회를 생각하며 살아가려 한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도덕성과 전문성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려고 한다. 혹시 공직자가 건강해야 한다는 기준까지 생길까 싶어 운동도 하고 샐러드도 먹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힘든 일도 참아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