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 부장, 법인 세워 홍보비 29억 빼돌려

입력 2025-07-17 15:42
수정 2025-07-17 15:49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부장이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홍보대행사로 지정한 뒤 증빙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6년간 29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진공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홍보비 집행 업무를 전담해온 중진공 전 직원 A씨는 자신의 페이퍼컴퍼니 또는 지인 B씨가 운영하는 매체대행업체와 사실상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2018년 2월부터 작년 6월까지 홍보비 75억원을 집행했다. 해당 기간 중진공 전체 홍보비의 41%에 달하는 규모다. 6년 넘게 광고비 횡령이 이뤄지는 동안 공단은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 계획서에는 광고 업무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일괄 의뢰하는 것으로 내부 결재를 받은 뒤 실제 언론재단에 제출하는 광고 요청서에는 자신과 관련된 업체를 매체대행사로 지정했다. 이들 대행사는 계약한 광고를 실제로는 실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빙 서류를 위·변조해 발주자인 중진공 측을 기망한 것으로, 이런 식으로 빼돌려진 금액이 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B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중진공에는 홍보비 집행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 직원 5명에 대한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A씨는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뒤 사망해 별도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언론재단 역시 광고 게재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준 뒤 부당한 후속 관리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힌 사례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중진공 전 간부 C씨 등은 2019년 3월 전기트럭 납품업체인 D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그 인수액 50억 원을 대출금으로 지원하는 성장공유형 대출 계약을 체결하며, 매출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자금을 상환토록 하는 특약을 붙였다. 이후 D사는 특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계약금액과 납품 기한도 없는 계약서를 제출하며 이행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C씨는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해줬고, 2021년에는 아예 특약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결국 2022년 D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중진공은 대출잔액 27억원을 손실 처리해야 했다. 감사원은 C씨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다른 관련자에 대해서는 중진공에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중진공은 중소기업이 대출금으로 건축·매입한 사업장은 임대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현행 제출서류로는 위반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