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가장한 내부 보증” 공정위, CJ 과징금 65억

입력 2025-07-17 10:23
수정 2025-07-17 16:36
CJ그룹이 재무난에 빠진 계열사에 파생금융상품(TRS)을 통해 부당한 신용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번 사례가 이익 없이 손해만 떠안는 ‘위험 중심의 내부거래’라며 총 65억41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CJ와 CGV는 각각 계열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CJ 4DX)이 저금리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신용을 보강해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실시했다.

이들은 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통해 외형상 파생상품 거래처럼 보이게 했지만 사실상 계열사 자금조달을 보장하는 ‘보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TRS는 보통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교환하는 금융기법이나 이번 사례에서는 TRS 계약 조건상 전환권 행사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돼 CJ 측이 수익을 얻을 구조가 전혀 없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CJ와 CGV가 사실상 “이익 가능성은 없고, 손실 위험만 인수한” 계약 구조를 설계해 자금조달 비용을 대신 부담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CJ건설은 당시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져 2010~2014년 누적 당기순손실 980억원을 기록했고 시뮬라인 역시 유사한 수준의 재무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TRS를 통해 각각 500억 원, 150억 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고 조달금리도 일반시장 대비 크게 낮았다.

그 결과 이자비용만 해도 CJ건설 31억5600만 원, 시뮬라인 21억2500만 원 규모 절감 효과가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로 인해 독립 중소건설사와 콘텐츠 기업의 외부 수주 기회가 줄어드는 등 공정 경쟁 환경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CJ 내부 이사회에서조차 실적 부진 계열사에 대한 배임성 보증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그룹 내부에서도 리스크 인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강행된 점을 주목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례를 통해 대기업집단이 TRS 등 복잡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