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평균 연령이 60대인 신협이 몇십년 후에도 존재할 거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오늘날 많은 조합이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16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5 세계신협 콘퍼런스에서 한국 신협을 대표해 발표를 맡은 장종환 신협중앙회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장 팀장과 최서정 신협중앙회 주임은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청년 조합원 유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장 팀장은 “신협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청년 조합원 확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세계신협 콘퍼런스는 매년 7월 세계신협협의회(WOCCU) 주관으로 열리는 협동조합 금융 콘퍼런스다. WOCCU는 전세계 104개국, 7만4634개 조합이 가입한 세계 최대 금융협동조합 연합체다. 자산 규모 기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한국 신협은 WOCCU 이사국 겸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국 자격으로 올해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조합원 고령화와 청년 고객층의 감소는 전세계 신협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다. 폴 트라이낸 WOCCU 사무총장은 “지역 기반의 관계형 금융을 정체성으로 가진 신협은 상대적으로 디지털화 속도가 더딘 편”이라며 “전세계 조합들이 젊은 조합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밝혔다.
신협중앙회가 청년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택한 전략 중 하나는 비대면 서비스 강화다. 신협 ‘온뱅크’는 국내 상호금융 중 처음으로 출시된 모바일 뱅킹 앱이다. 앞서 2020년 1월 출시된 직후 6개월만에 수신 금액 1조원을 돌파했다. 조합원 간 커뮤니티 플랫폼 ‘라이프 온’도 마련했다.
청년 고객층 전용 상품도 개발했다. ‘ㄱㅇㅇ 체크카드’는 캐쉬백 등 청년층의 소비패턴에 맞춘 혜택을 제공한다. 비대면으로만 가입이 가능한 ‘모아모아 통장’은 계좌 잔액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저축 상품이다. 지난해 말 출시 후 10만3000개 이상의 계좌가 개설됐다. 이중 2만1000개는 신규 조합원이 개설한 계좌다.
최 주임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0~30대 거래자 수가 10만 명 가량 증가했다”며 “20대 조합원의 예금 잔액 증가율이 23.6%로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젊은 층이 신협 브랜드를 친숙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드라마나 영화 등에도 광고를 늘렸다. 대학생 대상 인턴십 및 멘토링 운영, 브랜드 마스코트 ‘어부바’를 활용한 캠퍼스 홍보 등도 잠재적 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한 전략이다.
이날 발표는 스톡홀름 컨벤션센터에서 가장 큰 홀에서 진행됐다. 발표가 끝난 뒤 전세계 신협 관계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조합이 많다는 걸 확인한 계기가 됐다”며 “청년층을 신규 조합원으로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고객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