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를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계 34인은 지난 14일 1240명이 연대 서명을 받아 기초예술인을 위한 보조금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일 발족한 '보조금법 개정 및 예술인을 위한 지원금법 제정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2025년 4월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사)한국극작가협회(이하 극작가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혐의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했다. 추진위는 "이를 보조금법 문제의 대표사례라 정의하고 파국으로 예견되는 극작가협회의 존폐위기를 막는 것은 물론, 예술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일방적 행정규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본 사건의 재판 당사자 4인의 무죄를 요구하며, 제2와 제3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중지를 모았다"고 밝혔다.
보조금법에 관한 움직임은 지난 2023년 12월 15일 한국연극정책현안TF(연극계 주요 9개 협단체)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극작가협회의 사건을 접하고 본질적인 보조금법의 관리 방식의 문제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및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소통을 이어갔으나, 상위법인 보조금법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5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극작가협회의 9월 경찰 수사는 횡령 및 배임 혐의는 무죄, 보조금법 위반은 기부금 강제성 여부 때문에 유죄로 판단하여 검찰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보조금법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2022년 7월 1심 재판이 시작되었으며, 검찰은 1심 재판 중 공소장 변경을 통해 보조금을 부풀려 거짓으로 신청했다는 주위적 공소사실 외에 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을 예비적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2024년 1월 1심 판결에서는 보조금을 부풀려 거짓 신청했다는 주위적 공소사실 무죄, 다른 용도 사용의 예비적 공소사실 일부 유죄로 선고됐고, 2024년 9월 항소심 판결에서는 1심에서 무죄였던 주위적 공소사실 일부 유죄, 예비적 공소사실 일부 유죄로 선고되었다. 2025년 4월 대법원 항고에서는 기각되며 2심인 항소심의 벌금형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 과정 속에 많은 연극인의 탄원서와 당시 문체부 장관(유인촌)의 탄원서가 1심, 2심 재판에 제출되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법원판결에 따라 2025년 7월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인한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통보가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추진위는 "현재 보조금법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비현실적인 창작 지원 예산과 잠재적 범죄를 막으려는 과한 행정 조치에서 파생됐다는 점"이라며 "창작 현실을 외면한 법적용의 지적과 함께 창작 지원을 위한 예산보다 관리를 위한 예산이 더 많이 지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들어 온 가족이 예술단체(극단)의 일원인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보조금을 직계 사이에 거래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족벌 경영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예술 생태계의 현실임에도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경우, 개인 예술가에게 창작 지원금이 잘못 지급되었다며 2020년과 2022년에 지급된 총 600만 원의 환수를 통보하였는데,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제출한 서류로 행정심사를 통과한 후 지원받았음에도 지급한 지원 기관의 행정오류는 뒤로한 채, 보조금법이 상위법이므로 무조건 환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또한 자부담률에 있어서 보조금법은 시행 부처에 따라 자부담비율을 달리하는데, 공연예술계는 약 10%로 정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최근에는 사업 시작 전에 10%를 예치하게 하고 있어 변경된 바 없는 보조금법에 왜 이런 방식이 도입되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며 "특히 예술인들이 더욱 문제 시 생각하는 지점은 일반적인 물가로 계산 해 보자면 총사업비의 20~40%의 지원금임에도 자부담금을 도입하는 것은 자신의 지식재산권이나 인건비를 다소 포기하고도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지원금을 희망하는 예술계의 현실상 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건비를 총 30%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인간의 활동이 중심인 공연예술계의 사업의 특징상 적절치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더해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