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담임이 빼돌린 시험지로 줄곧 전교 1등한 고3 딸

입력 2025-07-16 08:53
수정 2025-07-16 09:20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부모와 교사가 공모해 빼돌린 시험지로 줄곧 1등을 차지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동경찰서는 14일 기간제 교사 A(31·여) 씨를 구속했고, 15일에는 학부모 B(48·여) 씨를 구속했다. 또 두 사람의 범행을 방조한 학교 시설 관리 직원C(37) 씨도 구속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께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 교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험지를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1학기 기말고사 첫날이었다. 두 사람은 교무실에서 시험지를 빼내려는 순간 경보시스템이 울려 도주했다. 다음 날 경찰에 붙잡혔다.

국어 담당 기간제 교사인 A씨는 이 학교에 근무하다 지난해 2월 퇴사했지만 시험지 보관 장소를 알고 있었다. 교내 경비 시스템에 지문이 등록돼 있어 교무실 출입이 가능했다. 학교 측이 A씨의 지문 등록 정보를 지워야 했는데 하지 않은 점을 노렸다.

학교 직원 C씨는 시험지가 있는 교실의 문을 잠그지 않는 등 수법으로 이들의 침입 등을 도왔다. 또 A·B 씨가 교내 경비시스템에 적발된 이후 학교 CCTV 영상을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2020년 D양의 과외를 하며 D양의 모친인 B씨를 처음 알게됐다. 그러다 2023년 D양이 해당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을 했고, A씨도 같은 학교에 들어가 1학년 담임을 맡으며 관계가 지속됐다. 경찰은 이때부터 B씨가 A씨에게 돈을 건네며 시험지 유출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마다 200만원씩, 2년여간 약 2000만 원의 돈이 교사 계좌에 입금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과거에도 수차례 시험지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씨가 퇴사 후에도 시험기간 중에 야밤을 틈타 학교에 수차례 드나들어서다. 교무실이나 인쇄실에 보관된 시험지를 교사가 직접 빼내 학부모에게 전달하거나 사진을 찍어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딸 D양은 3학년으로 주로 전교 1등을 하는 등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중학교 때도 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지난 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D 양에 대해 퇴학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치른 시험 성적도 모두 0점 처리하기로 했다. 경찰은 D 양도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