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렌터카 플랫폼 업체인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기업의 오너 경영자 등에 대한 줄소환에 나섰다. 기업인들을 불러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설립에 참여한 IMS에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배경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특검의 최고위층 소환에 기업들은 “제2의 미르·K스포츠’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된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업상 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투자였는데, 기업인 공개 소환으로 회사 이미지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 수사 기업으로 확산
문홍주 특별검사보는 15일 브리핑을 열고 “김예성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인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문 특검보는 “귀국 시 ‘집사게이트’,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조사를 병행해 각 사건의 실체를 신속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사게이트와 관련해 특검은 17일 오전 10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통보했다. 다만 조 부회장은 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자문위원회 참석차 베트남으로 출국해 21일 출석하기로 했다. ◇기업들 “사업성에 기반한 투자”벤처업계와 12개 투자 기업은 IMS 투자가 사업성에 기반한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IMS에 투자한 펀드를 결성한 민경민 오아시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는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실무자 시절부터 IMS의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를 집행했으며, 이후 오아시스펀드를 설립해 2023년 6월 후속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김씨가 연루된 집사게이트가 부각되면서 투자 자체가 의혹의 대상이 되는 형국이다. 김씨는 2017~2018년 자신의 렌터카 플랫폼 ‘뿅카’를 IMS에 매각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고, 2021년 4월 퇴사했다. 그러나 오아시스펀드 투자금 184억원 중 46억원이 김씨와 관련된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가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특검은 과징금 처분, 내부 고발 등 경영 리스크에 직면한 일부 기업이 ‘대가성·보험성 투자’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환 대상 기업들은 “최고위층에선 투자 사실 자체도 몰랐을 정도”라며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A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투자 심사를 거쳤으며 단순 출자자(LP)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B사 관계자도 “소명이 다 가능한 사안”이라며 “그 정도의 투자금으로 ‘김건희 보험’을 들었겠느냐”고 반문했다. C사는 “투자 결정은 사업 협력에 기반한 것으로 인맥이나 외부 연계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보여주기식 수사” 비판도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맞물리는 2015~2019년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 협찬사 28곳의 후원 배경을 조사 중이다.
경제계에선 특검 수사가 “최순실 사태처럼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업들은 수사만으로도 큰 피해를 봤다. 한 기업 관계자는 “184억원 투자 의혹을 조사한다면 가장 먼저 오아시스PE나 IMS 대표를 부르면 될 일인데, 대기업 총수들부터 소환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특검 수사 여파로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IMS는 날벼락을 맞았다. IMS는 2013년 김씨의 전 직장 동료인 조영탁 대표가 설립한 차량 렌털 중개 플랫폼이다.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2018년 기업은행PE로부터 100억원, 2020년 네오플럭스로부터 250억원, 2022년 리얼맥코이PE로부터 100억원 등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IMS는 지난 분기엔 창사 이후 첫 흑자도 달성했다. 하지만 집사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허란/정희원/전범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