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최근 급등하면서 고배당 매력이 바래고 있다. 신규 매수가 부담스러운 가격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지난 1분기 말부터 이날까지 101.1% 급등했다. KRX 지수 중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고 2위 유틸리티지수(58.25%)와 큰 격차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145.9%, 121.5% 뛰어오르며 증권주 매집 열기를 반영했다.
증권가에선 주가 급등에 기름을 부은 ‘고배당 매력’ 재료 소진에 우려를 표시했다.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 시가배당률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4.5%, 3.8%로 낮아졌다. 시가배당률은 현 주가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말한다. 1분기 말 기준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의 이 비율은 각각 7.8%, 7.4%에 달했다.
NH투자증권(6.8%→4.1%)과 미래에셋증권(2.7%→1.1%)의 시가배당률도 크게 하락했다. 그동안 증권주는 낮은 주가 변동성과 뛰어난 시가배당률을 갖춰 주로 배당 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이었다. 배당 매력 약화는 이 같은 투자자의 외면을 부를 수 있다.
시가배당률을 예전 수준으로 올리려면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을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 증권사가 배당성향을 높일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 폭만큼 당장 이익을 두 배로 늘리기 어렵고, 과도한 이익 유출로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밀려나는 일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치열하게 자기자본 규모 경쟁을 벌이는 증권사에 배당성향 강화는 큰 부담”이라며 “중소형사는 배당을 더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주가 수준에서는 증권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등을 이끈 재료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도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져서다. 증권뿐 아니라 같은 이유로 급등세를 보인 금융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에 대해 “올해 시가배당률이 4.8%로 하락해 더 이상 매력적인 수준으로 볼 수 없다”며 “배당성향이 올라가야 하지만 보통주 자본비율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