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과 클래식의 낯선 만남…"육감 만족시키는 공연 기대하세요"

입력 2025-07-15 17:22
수정 2025-07-15 17:23
“물과 기름이 섞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연입니다. 오감을 넘어 육감을 깨우칠 수 있죠.”(최재혁)

1994년생 동갑내기인 지휘자 겸 작곡가 최재혁과 해금 연주자 겸 작곡가 주정현이 ‘원초적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과 국악이라는 이질적인 세계관을 한데 뒤섞어 관객에게 낯선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오는 18~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둔 이들을 아르떼가 만났다.

최재혁은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음악가다.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블랭크’를 이끌고 있다. 총 6개 곡을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는 그가 서양 클래식의 어법으로 작곡한 ‘스트레이트 투 헤븐’이 포함됐다. 최재혁은 “스트레이트 투 헤븐은 제가 좋아하는 향수 이름으로, 향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작곡 스타일부터 이질적이고 실험적인 곡이 많다. 예컨대 주정현이 앙상블블랭크를 위해 새로 작곡한 ‘원초적 기쁨’에선 전동칫솔과 진공청소기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정현은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온갖 방법으로 악기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방식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작곡가 제시 콕스가 쓴 곡 ‘퀀티파이’는 최재혁의 지휘 아래 주정현이 해금을 연주하고 앙상블블랭크 전체가 참여한다. 이 곡에선 악보에 아무런 음표도 표시되지 않아 연주자들이 오로지 지시문에 따라 즉흥적으로 음향을 채워야 한다. 지시문은 ‘쉼표와 무음(無音) 없이 가능한 한 많은 소리를 연주해 풍부한 질감을 만들라’는 식이다.

최재혁은 “연주자에겐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현은 “사람들이 대화할 때 대본 없이 말하는 것처럼 연주자들은 모든 감각을 열고 다른 연주자에게 반응하면서 스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주정현은 해금 연주자지만 그가 추구하는 색채는 현대음악에 가깝다. 최재혁의 음악 스타일과 맞닿은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 디자인에도 두 창작진의 재기발랄함이 묻어난다. 객석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무대가 아니라 모래시계처럼 작은 삼각형 무대와 큰 삼각형 무대를 마주 보게 배치하고 그사이에 좌석을 놓는다. 주정현은 “다이내믹한 연주를 관객의 털끝 세포까지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눈과 귀를 모두 열고 들으실 수 있도록 즐거움이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