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추격당하는 K조선, 계속 순항하려면

입력 2025-07-14 17:38
수정 2025-07-15 00:10
“한국이 지금 격차를 더 벌리지 못하면 수년 내 세계 조선업의 판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조선 기자재업체 대표는 “친환경 선박 분야의 강자인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조선회사들은 세계 조선업 호황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을 생산하는 체계를 일찌감치 갖춘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혁신을 하지 못하면 지금 같은 슈퍼사이클이 반짝 특수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이 업계 전반에 팽배해 있다. 후발주자들이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에서 무섭게 따라오고 있고 한국 조선의 원천 기술 수준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이미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명목상으로 한국을 따라잡았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 점유율은 2023년 39%에서 지난해 2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57%에서 78%로 뛰었다.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이 어렵게 지켜온 친환경 선박 분야의 경쟁 우위를 지난해엔 중국에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 조선사가 급성장한 건 대부분 내부 물량 덕이다. 2020년 초부터 중국 조선소들은 자국 해운사에서 다양한 친환경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 3일엔 최대 국유 조선사의 자회사 두 곳을 합쳐 세계 1위 규모의 조선소를 세우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은 국가 주도로 서로 밀고 끌어주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며 “결국 전자나 자동차 산업처럼 중국 조선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는 지난달 26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합병해 세계 4위 규모의 조선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이 쥐고 있는 차세대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움직임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경쟁국의 이런 행보에도 한국 대형 조선사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높지 않다는 게 국내 협력업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LNG 선박 시장에서 경쟁국들이 추격하는 가운데 ‘선박의 두뇌’로 불리는 통합제어시스템 같은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선박 제조 부문에서 초격차를 내거나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K조선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조선기자재업체 대표)는 우려가 기우로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