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심층해부]
“인공지능(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입니다.”
올해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이 한마디는 로봇 산업에 대한 주목을 다시금 끌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기술 진보가 향하는 미래의 방향성과 청사진을 담고 있다. 그는 이어 “로봇 산업에도 챗GPT 모멘트가 곧 찾아올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 정보 처리형 로봇의 빠른 확산을 예고했다.
과거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장면들이 점차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양복 차림의 로봇이 조립 라인에서 작업하고, 병원 복도에서 환자를 안내하며, 창고 구석구석을 자율적으로 누비는 모습들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존은 이족보행 로봇 ‘디짓(Digit)’을 물류센터에 투입했으며, 테슬라는 자사 로봇 ‘옵티머스(Optimus)’의 가사노동 시연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 성숙도를 과시했다.
이처럼 로봇은 과거 상상의 영역을 넘어 산업과 일상 속 실제로 스며드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동과 생산, 서비스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으며, 로봇은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서 인간의 삶과 산업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방위 기술의 첨단화 흐름 속에서 정찰, 지원, 전투 등 군사 분야에서의 로봇 활용 가능성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갖추며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생성형 AI, 로봇 산업의 미래를 점화하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는 챗봇을 넘어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기술 산업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로봇 분야에서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정해진 명령만 수행하던 기본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유연하게 반응하는 ‘지능형 파트너’로 진화한 것이다.
변화의 핵심에 생성형 AI가 있다. 자연어를 처리하는 거대언어모델(LLM), 판단을 학습하는 강화학습(RL), 그리고 비전·센서 기술의 융합은 로봇의 자율성과 적응력을 크게 높인다. 멀티모달(multimodal) 인식 기술로 인해 로봇이 다양한 입력(음성·영상·감각 등)을 동시에 처리하게 되면서, 단순 작업 이상의 보다 복합적이고 유연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점은 변화의 속도다. 챗GPT가 등장한 지 불과 2년 만에 피규어 AI, 1X 테크놀로지스 같은 기업들이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을 파일럿 단계에서 실제 산업 현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자사 공장에서 시험 운영 중이다. 이는 인간-로봇 간 상호작용 방식을 바꾸며, 로봇의 적용 범위와 가치를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로봇은 이제 미래의 이상이 아닌, 현재 산업을 움직이는 실질적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완성형 로봇을 향한 진화는 현재 진행형
과거 로봇은 정해진 명령만 반복 수행하는 자동화 기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로봇은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물리적 실체에 인공지능이 결합돼, 인간 의도를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는 지능형 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시티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로봇은 ‘인지-판단-행동’을 통합하는 멀티모달 AI 기반 휴머노이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컨대 피규어 AI는 음성 명령에 따라 물건을 분류, 운반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작업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그 활용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정밀 조립, 물류에서는 피킹·패킹 및 선별 작업, 의료 분야에서는 수술 보조와 간병, 건설 현장에서는 자재 운반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호텔, 공항 등 서비스업 전반에서도 로봇 보급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업무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정찰, 수색, 위험 지역 탐사, 자율 전투기, 무인 차량 등 다양한 군사 작전에 로봇 기술이 도입되며, 미래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로봇은 이제 기술 진보의 상징을 넘어, 노동 구조와 안보 지형까지 뒤흔드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과 협업하며 역할을 분담하는 파트너로 진화할 것이며, 피지컬 AI는 이러한 대전환의 출발점이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로봇은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 동력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생산기지를 본국을 되돌리는 이 전략은 겉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의 대대적 도입이 불가피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고임금과 만성적 인력 부족에 직면한 미국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동화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100만 대 이상의 로봇을 물류센터에 배치해 전체 물류의 약 75%를 자동화했고, 루이지애나 신설 물류센터에는 기존 대비 10배 규모의 로봇이 도입됐다. 촉각 센서를 탑재한 신형 로봇 ‘벌칸(Vulcan)’ 덕분에 섬세한 작업 수행이 가능해지는 등 기술 고도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물류를 넘어 자동차, 전자, 소비재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비용 절감을 비롯해 공급망 안정, 품질 향상, 시장 대응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리쇼어링은 단순한 생산기지의 복귀를 넘어, 로봇과 자동화 기반의 산업 구조 재편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봇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연적 수단이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미국 제조업 내 로봇 수요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확산을 촉발해,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하나의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약 450억 달러 규모인 전 세계 로봇 시장은 2035년까지 3800억 달러 수준으로 8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로봇 수요가 본격화되며, 산업용과 서비스용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성장세로 이어지는 결과다. 기술 중심의 성장 스토리가 현실 수요 기반과 맞물리면서 시장은 새로운 확장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로봇 테마, 기술 진화의 종착지
주목할 점은 로봇이 AI 기술의 최종 구현 지점이라는 사실이다. 생성형 AI, 반도체, 센서, 클라우드, 알고리즘 등 AI 밸류체인의 핵심 요소들이 로봇이라는 플랫폼에 통합돼 현실 세계에서 구현된다. 로봇은 디지털 지능이 물리적 실행력을 얻는 매개체이자 AI 밸류체인 전반의 수요를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이는 특정 기술이 아닌 생태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파급력 또한 크다. 고령화, 인력 부족, 사회 서비스 수요 증가 속에서 로봇은 노동과 돌봄, 교육, 안전, 그리고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기 트렌드를 넘어, 산업과 사회 시스템의 재편을 이끄는 ‘메가 테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를 선도할 기회를 모색하는 투자자라면, 지금이야말로 로봇 산업의 변화 흐름에 주목할 때다.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모방하는 기술이 AI라면, 로봇은 그 지능을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매개체다. 이 때문에 AI의 응용 가능성이 논의될 때마다 로봇은 늘 핵심 주제로 등장한다. 로봇은 AI는 물론 반도체, 센서,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플랫폼으로, 향후 기술 패러다임을 대변할 강력한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건은 이 거대하고 불가역적인 기술 진보 흐름을 어떻게 포착하느냐다. 로봇 산업은 아직 초기 성장 국면에 있으며 산업 구조가 복잡하고 변동성도 크다. 피규어 AI, 보스턴다이내믹스, 테슬라 옵티머스 등 로봇 플랫폼 기업들이 실증 단계에 돌입하고, 아마존의 물류 자동화와 의료·국방·서비스 로봇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어느 때보다 기대감은 커졌지만, 어느 기업이 중장기 승자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는 산업 전반에 분산투자를 하면서 구조적 성장을 포착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로봇 ETF는 고성장 산업의 장기 수혜를 누리면서도, 글로벌 혁신 기업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급변하는 로봇 산업 흐름에 전문가의 선별과 리밸런싱이 더해져 변동성 완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로봇 ETF는 단편적인 기술주 투자에 그치지 않고, AI 시대의 패러다임 전환에 올라타는 전략적 자산 배분 수단이다.
로봇 ETF도 투자 전략 진화 중
로봇 산업이 기술 진보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를 반영한 테마형 ETF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용 자동화, AI 통합형, 휴머노이드 특화형으로 나뉘며, 현재 전 세계 40여 개 로봇 ETF가 상장 중이고 올해만 8개가 신규 출시됐다. 전통 제조 기반부터 생성형 AI와 결합된 고성장 테마형까지 구성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미국의 BOTZ와 ROBO는 글로벌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 상품이며, 한국에서는 KODEX 로봇액티브, RISE AI&로봇 등 국내 테마형 ETF에 더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테마를 담은 상품도 출시되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국가별로는 정책과 산업 구조가 ETF 구성에 뚜렷이 반영된다. 미국은 리쇼어링, 물류 자동화, 국방 수요 확대 속에 산업용 로봇 중심 ETF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 아래 자국 기업 비중이 높은 ETF가 잇따라 설정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고령화, 인력난 대응을 위한 서비스 로봇 수요를 반영해 분산형 ETF가 자리 잡는 추세다. 이러한 지역별 차별화는 산업 확산과 성장 구조를 반영하며, 개별 종목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제공한다.
로봇 ETF는 산업 변화 반영에 그치지 않고, 전략 자체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 시가총액 가중 방식에서 벗어나, 생성형 AI 수혜 여부나 휴머노이드 기술 노출도를 기준으로 종목을 선별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 ETF는 로봇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며 산업 생태계를 통째로 추적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이는 단순 테마 투자를 넘어, 로봇이라는 성장 축의 진화를 포착하는 전략적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봇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관련 테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로봇이 산업과 일상의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이에 맞춘 투자 전략 역시 발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국내외 로봇 ETF 5종을 소개한다.
로봇 시대의 개화, 주목해야 할 로봇 ETF는
KODEX 로봇액티브(445290 KS)는 국내 로봇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액티브 ETF다. 네이버, 카카오, KT 등 대형 기술주는 물론,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같은 유망 중소형 로봇 기업까지 선별적으로 편입한다. 인공지능 기반 리서치와 종목 선별 전략을 활용하는 액티브 ETF로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TIGER 글로벌 AI&로보틱스 INDXX(464310 KS)는 AI와 로보틱스 분야의 글로벌 대표 기업에 분산투자를 하는 테마형 ETF다. 엔비디아, ABB,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 주요 대형주를 중심으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로봇 밸류체인 전반을 폭넓게 포괄한다. 장기 기술 성장 흐름에 동참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RISE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0036R0 KS)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기술에 집중하는 특화형 ETF다. 인간형 로봇 구현에 필요한 미국 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응용 기술 기업 전반에 고르게 투자하며 상용화 초기 시장 선점 전략을 반영한다. 고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선제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유의미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Global X Robotics & Artificial Intelligence(BOTZ US)는 로봇과 AI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패시브 ETF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구성되며, 실제 산업 적용도를 기준으로 테마 순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다양한 국가와 기업에 분산투자를 함으로써 안정성과 장기 성장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ROBO Global Robotics & Automation(ROBO US)은 로봇 및 자동화 산업의 실수요 기반에 초점을 맞춘 ETF다. 제조, 물류, 의료, 자동차 등 여러 산업군의 기업을 고루 편입하며, 중소형 혁신 기업의 성장성도 적극 반영한다. 구조적 성장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선택지다.(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안용섭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