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내건 상법 개정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권고적 주주제안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증시의 관심 법안을 하나씩 손대고 있다. 3200선을 넘어선 코스피지수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는 만큼,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다양한 상법 개정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 이소영 의원은 이날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지분율 0.1% 이상(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 보유 주주도 주주제안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주주제안이란 주주가 기업 경영에 의견을 개진하는 행위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지분율 3% 이상의 주주이거나,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지분율 1% 이상인 주주가 제안권을 발동할 수 있다. 최근 소액주주 플랫폼들이 이 같은 조항을 기반으로 기업 측에 주주환원 계획 발표 등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의 발의안은 이런 일반적인 주주제안과는 다르다. 주주제안을 통해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는 것까진 같지만, 결의됐을 때 기업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가 있다. 주주제안의 기준 지분율이 낮은 만큼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따르지 않기로 하면 그 사유를 통지하도록 했다.
주주제안의 가능 범위는 넓혔다. 주총 권한 사항 이외의 안건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제안 기한은 주총 2개월 전까지로 뒀다. 이와 함께 기존 주주제안권의 행사 가능 시기는 3주 전까지로 완화했다. 주주제안권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현행 기준은 주총 6주 전이다.
이날 범여권에선 또 다른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법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6개월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9일 발의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의 발의안(1년)보다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회사를 분할하거나 분할·합병할 때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도 막았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금지한 셈이다. 차 의원은 이와 함께 배임죄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적 성격의 입법도 진행했다. 자사주 소각·배임죄 완화 등 상법 관련 법안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오는 9월 정기국회까지 순차적인 입법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