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표절 의혹 산더미…인사청문회 '맹탕' 될까 '송곳' 될까

입력 2025-07-13 18:00
수정 2025-07-14 01:54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4일부터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일부 후보자의 의혹을 파고들며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치명적 결함은 없다며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인사청문회 ‘슈퍼위크’를 앞두고도 상당수 후보자가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을 거부해 ‘맹탕 청문회’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선우·이진숙 ‘집중포화’ 예상국회는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21일까지 후보자 19명의 인사청문회를 이어간다. 15일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오는 16일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17일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18일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과 21일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야당은 강선우 후보자와 이진숙 후보자의 낙마에 화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재선 의원인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변기 수리와 자택 쓰레기 처리를 지시했다는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 보좌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이 강 후보자를 옹호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보좌진에게 변기 수리까지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피해 보좌진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다”며 “후보자는 즉시 피해 보좌진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받는 이 후보자를 향해서도 집중포화가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후보자는 충남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요약해 본인을 제1 저자로 학술지에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윤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과 재개발 빌라 증여 문제, 정은경 후보자는 질병관리청장 시절 남편이 코로나19 수혜 기업 주식을 매입해 차익을 올렸다는 점을 두고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은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라며 “표절, 갑질, 탈세, 이념 편향 등 그야말로 ‘의혹 종합세트’”라고 밝혔다. ◇‘침대 축구’ 與, 증인 줄줄이 거부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침대 축구’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맹탕 인사청문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상 처음으로 증인 없이 치러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이후 민주당은 다른 후보자 관련 증인 및 참고인 채택도 줄줄이 거부하고 있다. 현재 배경훈 후보자, 전해수 후보자, 김영훈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은 0명이다. 일부 후보자는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해명 없이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는 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자는 야당의 제출 요구에도 단 한 건의 자료도 내지 않았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를 국정 발목잡기 수단이 아니라 정책 검증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인사청문회는 국민과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원 앞에서 여러 가지 의혹도 해명하고 자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장으로 알고 있다”며 “그곳에서 잘 소명되고, 한편으로 국민적 의혹에 대한 설명도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최해련/정소람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