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50대 중반 집주인이 최근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수십억원의 차익을 내 소형 아파트로 옮기고, 나머지는 증여와 생활비로 쓸 계획이라고 들었어요.”(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소 대표)
올해 들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50대 이상 집주인의 주택 매도가 늘어나고 있다. 집값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함께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노후·증여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 강남 집 파는 5070세대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집을 판 사람(7만6047명)의 60.3%(4만5880명)는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청담동 등이 있는 ‘전통 부촌’ 강남구는 50세 이상이 집을 매도한 비율이 70.4%에 달했다. 서초구(66.9%) 송파구(62.4%)도 서울 전체 평균(60.3%)보다 높았다.
올 상반기 강남구의 50세 이상 매도자는 33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50명)보다 63.6% 늘었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2834명, 4055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68.1%, 75.8% 증가했다. 서울 전체 시장에서 50대 이상 매도자 증가율이 37.4%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 3구 증가폭이 매우 컸다.
장기 보유자의 거래가 활발했다. 올 상반기 서울에서 20년 넘게 보유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상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매도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2554명)보다 85.0% 늘어난 472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9.3%인 1383명은 강남 3구에 몰렸다.
강남권 집값이 크게 오르며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면적 111㎡는 지난 5월 60억원에 손바뀜했다. 2006년 5월 같은 면적이 13억4000만원에 거래된 단지다. 20년간 보유했다면 46억원 넘는 차익을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09년 7월 13억9300만원에 팔린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48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강남에서 20년 이상 집을 보유한 사람의 매도 비율이 높았다”며 “차익이 커 노후 생활비뿐 아니라 자녀 증여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세금 부담에 매도 나서기도보유세 부담이 커진 것도 매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 세대에 보유세는 작지 않은 부담”이라며 “매년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으로 수천만원을 낸다고 했을 때 10년이면 수억원이 되기 때문에 주택을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을 장기 보유했다면 세제 혜택을 받는 것도 매도 유인으로 꼽힌다. ‘1가구 1주택’은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40%, 합산 최대 80%까지 양도소득세를 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받을 수 있다. 예컨대 40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면 실제 과세 대상은 8억원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면 양도세 부담이 대폭 감소하고, 차익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2월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시적으로 풀린 것도 매도 급증 배경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당시 50대 이상 소유자가 대거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