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지난해 처음 1만기가와트시(GWh)를 넘었다. 현대자동차는 폐차에 있는 소재 부품 등을 재활용해 신차에 넣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작년보다 60%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권은 기후 리스크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공개한 지속가능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이다.
◇4대 기업 화두는 ‘재생에너지·자원 순환’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70여 개 기업이 ESG 실천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업계에선 올해 보고서 발행 건수가 지난해 204건을 넘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 지속가능성경영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지난해 처음 1만GWh를 넘어섰다고 공개했다. 한국 전체 가구가 두 달 가까이 쓰는 전력량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1만69GWh로 전년(9289GWh)보다 8.4% 늘었다.
현대차는 폐차의 재활용 소재를 신차에 적용하는 ‘카 투 카(Car to Car)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규모인 444메가와트(㎿)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을 체결한 사례도 적시했다. 이 계약으로 현대차는 20년간 국내 사업장에서만 연간 610GWh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비 에너지 효율을 내년 30%, 2030년까지 60% 개선하기로 약속하면서 저전력 D램을 ‘지속가능 제품’으로 지정했다. 저전력 D램은 PC와 서버용 D램보다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메모리반도체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 폐기물 재활용률이 97.4%로 2030년 목표치(95%)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56개국에서 총 53만2630t의 폐전자 제품을 회수했다. 7대 주요 제품의 사용 단계 탄소 배출량도 2020년보다 19.4% 줄였다. ◇금융계는 ‘기후 리스크’ 강조금융권은 기후 리스크를 핵심 화두로 지목했다. 기후 리스크가 실적 및 재무 구조 관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국내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위험에 대응하지 않으면 손실 규모가 46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KB금융은 산출 대상 자산군을 해외 국채까지 확대한 ‘금융 배출량’과 기후 위기 시나리오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한 ‘기후 회복력 중장기 대응 전략’ 등을 담은 기후 위기 관리 방안을 공개했다. JB금융은 ESG 내재화의 4대 핵심 전략 중 ‘기후변화 대응’을 처음 꼽았다. 우리금융은 과학 기반 탄소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서 인증받은 탄소 감축 목표 수치를 공개했다. 화재·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대형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보험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등 기후 리스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지송가능보고서 작성에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KT는 20년간 지속가능보고서를 학습한 지능형 AI ‘ESG AI 에이전트’로 ESG 정보를 실시간 알려준다. SKC도 AI를 사용해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보고서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미얀마 지진 재해 복구 기부 홈페이지로 연결시켜 눈길을 끌었다.
안시욱/양길성/장현주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