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였는데…골프의류 판매 3년새 40% 급감

입력 2025-07-13 17:09
수정 2025-07-21 15:10
주요 골프의류 브랜드의 국내 판매 실적이 최근 3년 사이 40% 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고성장을 이끈 소비층인 20~30대 골프 인구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 영향이다. 골프의류 전문업체들은 유상증자와 점포 구조조정으로 ‘한파’ 버티기에 나섰다. ◇ 골프의류 판매 3년째 역성장13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주요 골프의류 브랜드의 백화점 매출은 3년 연속 가파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제이린드버그’와 ‘파리게이츠’, ‘데상트골프’ 등 골프의류 전문 브랜드 10개의 백화점 신용카드 결제금액(추정치)은 올해 상반기 총 480억원으로 3년 전 같은 기간 797억원 대비 39.7% 급감했다. 2023년 상반기 671억원, 2024년 같은 기간 6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급격하게 줄었다.

스웨덴 스포츠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입·판매)는 올해 상반기 국내 백화점 결제금액이 약 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크리스에프앤씨가 판매 라이선스를 보유한 파리게이츠와 ‘마스터바니에디션’ ‘세인트앤드류스’ 결제금액은 같은 기간 각각 39.0%, 10.0%, 33.7% 줄었다.

데상트코리아가 판매하는 데상트골프와 ‘르꼬끄골프’의 백화점 결제금액은 이 기간 23.8%와 54.4% 급감했다. 이 밖에 ‘PXG’ 의류 판매회사인 로저나인의 작년 매출은 890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31.4% 감소했다. ‘지포어’ 제품을 유통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 “한파 길어진다” 구조조정 나서골프의류 전문기업들은 골프 인구 감소와 러닝의류 인기 등 소비 트렌드 변화를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2022년을 정점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전국 524개 골프장 이용객은 누적 4741만 명으로 정점이던 2022년 5058만 명과 비교하면 317만 명, 6%가량 줄었다.

데이비드 마허 아쿠쉬네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에서 ‘풋조이’와 ‘타이틀리스트’ 의류 판매가 감소했다”며 “한때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 한국 골프의류 시장이 2021~2022년 기하급수적 성장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미국 골프데이터테크가 발표한 ‘세계 골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89억달러 규모 골프웨어 시장에서 가장 큰 4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MZ세대가 비대면 실외 스포츠인 골프에 대거 입문한 결과다.

실적 부진에 빠진 기업들은 ‘한파’ 장기화에 대비해 점포 구조조정과 자금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는 한세엠케이는 매장 수를 2022년 말 49개에서 올해 3월 말 19개까지 축소했다. 지난 3일에는 운영자금 마련 등을 위해 11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까스텔바작’ 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는 형지글로벌도 오는 18일 19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 작년 210억원의 순손실을 낸 이 회사는 오프라인 점포를 2021년 약 160개에서 작년 말 115개로 줄였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작년 7월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총 300억원어치를 발행해 부족한 현금을 확충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