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고쳐 입는 옷...고객과 함께 지구를 지키다

입력 2025-08-03 06:00
수정 2025-08-05 09:48
[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파타고니아 코리아




지난 7월 11일 방문한 서울 삼성동의 파타고니아 매장. 의류 매장 한가운데 브라더 미싱기가 돌아가고 있다. 원단 공장이나 수선 숍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다. 파타고니아가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 연 품질 관리 연구소 퀄리티랩(Quality Lab)이다.

퀄리티랩은 파타고니아 의류 외에도 다른 옷까지 무료로 수선해준다. 소비자들은 “이게 가능한가?”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파타고니아 측은 “옷을 오래 입는 것이 우리의 브랜드 철학”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가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9년부터 정년을 폐지했다. 60년 경력의 백전노장 마스터 두 사람이 퀄리티랩에서 일하고 있다. 소비자의 반응도 뜨겁다. 예약이 몇 달씩 밀리는 일이 흔하다. 특히 겨울에는 패딩 등 묵직하고 수선이 까다로운 옷이 많이 들어온다. 덧대는 원단과 실 등은 모두 파타고니아가 부담한다. 파타고니아는 퀄리티랩을 통해 옷을 수선해 오래 입는다는 지향점을 제시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개발에도 참고하고 있다.

오래 고쳐 입는 소비문화 개척

파타고니아는 브랜드 철학 안에 2가지 영역을 포함한다. 첫 번째는 ‘환경보호 활동가(액티비스트, activist company)’로서 역할이다. 이는 환경단체 지원, 난개발 저지 등 직접적 환경보호 활동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책임 있는 기업(responsible company)’으로서 소비자와 함께 더 나은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다.

퀄리티랩은 두 번째 영역인 의식 있는 소비활동의 연장선에서 탄생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2018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으로 ‘언패셔너블(Unfashionable)’ 캠페인 등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소비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퀄리티랩은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파타고니아 퀄리티랩 로고는 대장장이가 쓰는 모루(anvil)를 형상화했다. 모루는 대장장이가 금속을 두들길 때 밑에 받치는 도구다. 암벽등반가이자 실제로 등반 장비를 만들어 사용했던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정신을 기리며, 파타고니아 코리아가 직접 만든 로고로 고쳐 만드는 수선을 의미한다.

파타고니아 퀄리티랩은 수선에 그치지 않고 옷의 해진 부분에 수를 놓는 ‘자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때 퀄리티랩 로고를 붙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무늬를 더해 헌 옷을 새롭게 만든다.

매장 한쪽에는 소비자들에게 받은 메모지가 걸려 있다. ‘15년 된 다운 파카를 살렸다’, ‘타 브랜드에서 거절한 수선을 해줬다’, ‘밋밋했던 옷이 새로워졌다’라며 오래된 옷을 고쳐 입는 소비자들의 기쁨이 담겨 있다. 또 파타고니아의 기업철학이나 긍정적 영향력과 가치에 대해 새로이 깨달았다 메시지도 보였다.
“퀄리티랩, 윤리적 소비 가치를 경험하는 공간이죠”
김희연 파타고니아 CS팀장


- 퀄리티랩은 어떤 브랜드 철학을 통해 만들어졌나.
“퀄리티랩은 파타고니아 코리아가 2024년 11월 국내에서 처음 기획해 오픈한 공간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최초 사례다. 환경보호라는 브랜드 철학과 함께 윤리적 소비 가치를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

-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가.
“하루 평균 약 20건의 수선 작업이 진행된다. 수선 작업은 예약 인원에 따라 한정적으로 운영된다. 보통 한 달 정도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 퀄리티랩은 제품의 내구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수선 프로세스를 거치나.
“수선은 1차적으로 전문 상담사가 고객의 요청을 듣고, 수선 마스터와 2차 작업 방식을 협의한다. 수선 완료 후에는 최종 검품 절차를 거쳐 전달된다. 단, 속옷, 양말 등이나 신발류는 수선이 불가하며 고가 명품 의류, 양장 및 양복류, 코트나 가죽 제품, 새 의류도 제외된다.”

- 퀄리티랩에서 창의적 수선을 한 사례가 있다면.
“오래된 셸 재킷의 경우 안감의 방수 멤브레인이 손상되면 일반적으로 수선이 어렵거나 아예 불가하다. 하지만 우리는 50년 경력의 마스터가 보유한 의류 패턴 기술을 바탕으로 안감을 다른 원단으로 새롭게 제작해 수선하고 있다. 비록 방수 기능은 복원되지 않지만, 바람막이용 의류로 착용 가능하도록 수선하고 있다.”

- 퀄리티랩 이용 고객의 피드백 중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약 30년 전 구매한 파타고니아 제품을 가져온 고객이다. 다행히 제품을 복원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제주도에서 일부러 수선을 맡기러 온 분도 계셨다. 고객들이 직접 방문해 우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인상 깊게 남았다.”

- 이 수선 프로그램이 파타고니아의 탄소발자국이나 폐기물 저감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나.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2400건의 수선을 완료했다. 1건당 30kg 탄소(CO2ze) 저감 효과가 있다고 가정할 때 총 72톤(7만2000kg)의 탄소를 저감했다. 또 의류 1벌 폐기 시 약 0.5~1kg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프로그램으로 약 1.2~2.4톤의 폐기물 절감 효과도 있다. 즉 퀄리티랩 수선 서비스는 지금까지 탄소 72톤, 폐기물 2톤 이상을 절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수선 서비스로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수선 서비스를 단순한 사후 지원이 아닌, 고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접점으로 보고 있다. 수선을 의뢰한 고객과 제품을 함께해온 시간,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품의 장점은 물론 보완이 필요한 점에 대한 진솔한 의견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소중한 피드백은 수선 작업에 반영될 뿐 아니라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 앞으로 수선 서비스의 범위나 접근성을 확대할 계획이 있나.
“현재는 고객들이 미싱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과 리폼 클래스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많은 분이 참여해 기계 사용에 익숙해지는 시점에 수선 클래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고객이 직접 미싱기를 활용해 수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한다

‘우리는 최고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이것이 1991년 정립된 파타고니아의 사명이다. 사업은 환경운동의 일환이라는 환경운동가적 성격이 돋보인다. 현재 이 원칙의 정수를 뽑아내 ‘우리는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로 사명을 바꾸었다.

지속가능 공급망, 자원순환, 재생 플라스틱, 재생농업. 현재까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논의 중 파타고니아는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화학물질과 인공 비료가 들어가는 목화 재배 방식을 거부하고 자연 기반의 솔루션으로 유기농 면과 재활용 면으로 전환하며, 산업계에서 의류나 조리 도구의 방수 코팅을 위해 사용해온 과불화화합물(PFAs)을 배제하고 발수 마감 처리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새 제품만큼 내구성을 지닌 재생 폴리에스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버려진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 재활용 소재 넷플러스, 천연고무를 활용한 소재 율렉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낡은 옷을 회사로 보내면 폴리에스터 용해 작업을 거쳐 새 섬유를 추출하는 ‘커먼 스레드’ 의류 재생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뉴욕타임스〉에 센세이셔널한 광고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를 게재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더 유명해졌다.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발자국’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디자인부터 섬유 원산지, 직조, 염색, 봉제, 창고로의 배송까지 지리적으로 추적하고, 제품의 탄소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등을 쌍방향 미니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를 통해 각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지구에 이로운 임팩트를 주는 기업, 비콥 기업이기도 하다. 비콥을 창시한 비랩 창업자들의 권유에 따라 B 임팩트 평가를 수행해 캘리포니아 최초의 비콥 기업이 되었다. 현재도 파타고니아는 꾸준히 비콥 상위 5%에 자리한다.

파타고니아는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새 제품보다 지금 갖고 있는 제품을 수선해 쓰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에 원 웨어 수선 트럭을 운영하며 재킷, 배낭 등에 무료 수선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13년 10월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2015년부터 의류 무상 수선 서비스 원 웨어를 간헐적으로 전개해왔다. 2016년부터 미국 본사가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100% 직진출한 뒤 2018년에는 자체적으로 환경팀을 신설,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과 환경의 의미를 되새기는 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 같은 해에는 ‘한 번 쓸 건가요? 두 번 생각하세요(Single use Think Twice)’ 환경 캠페인을 글로벌 중 한국에서 최초로 전개했다. 최근에는 퀄리티랩을 본사에 제안해 상용화하면서 파타고니아의 원 웨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덜 사고, 오래 쓰는 삶의 방식 제안”
[인터뷰] 최우혁 파타고니아 코리아 지사장


- 수선 서비스를 ‘퀄리티랩’으로 이름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옷은 오래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내구성과 환경적 책임을 고려해 설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파타고니아는 ‘품질이 곧 환경문제’라고 본다. 내구성이 낮은 제품은 자주 버려지고 결국 더 많은 자원을 낭비한다. 이를 품질의 재정의라고 하는데, 단순히 오래가는 것을 넘어 사회적·환경적 책임까지 품질의 일부로 본다. 그래서 소재 선택, 구조 설계, 수선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실험하고 개선하는 체계를 갖췄다. 결국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는 ‘덜 사고, 더 오래 쓰고, 더 많이 책임지는’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것이 소비자로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이라고 믿는다.”

- 한국 소비자들이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첫 번째는 제품의 품질과 내구성이다. 파타고니아는 스타일이 좋을 뿐 아니라 실제 아웃도어 환경에서 오래 입고 쓸 수 있도록 설계된 브랜드다. 성능이 검증되면서 신뢰가 깊게 자리 잡았다. 두 번째는 환경에 대한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파타고니아는 수십 년 전부터 행동으로 실천해온 브랜드다. 수선 프로그램, 중고 제품 거래, 지역 환경단체 지원, 심지어 회사를 지구를 위한 신탁에 넘긴 결정까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펀 호그(fun hog)적인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브랜드 이미지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고 쿨하게 보여주는 태도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 리사이클 소재나 혁신적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제품 중 한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례는.
“첫 번째는 넷플러스(NetPlus®) 소재다. 넷플러스는 남미 어업 현장에서 수거한 폐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나일론 소재다. 현재까지 1700만 톤 이상 폐그물을 수거했다. 이 소재를 모자 챙, 재킷 부자재 등에 활용하고 의류에도 적용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와 함께한 미세 플라스틱 저감 필터 협업이다. 파타고니아는 2023년부터 삼성전자의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는 세탁기 필터와 세탁 모드 개발에 함께 참여했다. 의류 세탁 시 발생하는 미세 섬유는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데, 이걸 물리적으로 걸러준다.”

- 환경과 매출 사이에 딜레마가 없는지 궁금하다.
“파타고니아는 환경과 매출을 딜레마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매출을 높인다고 믿는다. 실제로 제품을 덜 팔자는 캠페인이나 회사를 지구에 기부한 결정 모두 ‘옳은 일을 하면 비즈니스도 따라온다’는 철학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7년간 역성장 없이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국내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아직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아 추가적 성장 여력이 충분하고, 소비자 선호도 역시 꾸준히 높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 시장은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 최근 들어 소비자 트렌드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여전히 제품 그 자체의 품질, 디자인, 실용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 소비자들은 단지 좋은 제품을 넘어 ‘이 브랜드는 믿을 만한가?’, ‘내가 이걸 사도 괜찮은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그럴 때 브랜드가 일관되게 진정성을 보여왔다면, 그건 단순한 구매를 넘어 관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이 된다. 결국 브랜드 가치는 구매의 결정자라기보다 ‘정당화의 조건’에 가깝다. 가치만으로는 못 팔지만, 가치 없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는 게 현시대 브랜드가 지켜야 할 균형이라고 믿는다.”

- 앞으로 파타고니아 한국 법인의 중장기적 목표나 계획이 있나.
“현재 미국 본사는 ‘트레이드 인(Trade-in)’과 ‘리세일’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고객이 사용하던 파타고니아 제품을 반납하면 이를 매입하고 새 제품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지급한다. 반납된 제품은 세탁과 상품화를 거쳐 중고 제품으로 다시 판매되어 순환경제를 실천한다. 현재 미국 공식 사이트에서는 새 제품과 함께 ‘유즈드(Used)’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며, 중고 제품의 가격과 상태 등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나 물류 구조 등 쉽지 않은 여러 과제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에서도 이러한 순환 경제 모델을 지향할 것으로 본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