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수단' 절실한 경영계…"차등의결권은 글로벌 스탠더드"

입력 2025-07-11 17:45
수정 2025-07-12 01:48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하자 기업들 사이에서 해외 투기 자본에 의한 경영권 침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계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경제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하는 논의를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는데, 이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들이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며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응해 대주주가 낮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황금주는 주주총회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주식이다.

주요국 가운데 이런 경영권 방어 장치가 하나도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게 경영계 설명이다. 한국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이 허용되지만 상장할 때는 차등의결권이 소멸된다.

반면 미국에선 주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모두 도입됐다. 미국 외 다른 대부분 국가에서도 선택적으로 관련 제도 2~3종류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차등의결권과 황금주를, 독일 및 프랑스는 포이즌필과 황금주를 허용하는 식이다.

일본과 홍콩은 최근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일환으로 2005년과 2008년 법령 개정을 통해 1주에 2개 이상 의결권을 주는 ‘로열티 보팅’ 제도를 마련했다.

홍콩 금융당국은 홍콩과 미국 뉴욕증시를 저울질하던 알리바바가 2014년 차등의결권이 인정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하자 충격을 받고 관련 제도를 개정했다. 이는 징둥, 바이두, 니오 등 중국 주요 기업이 홍콩 증시로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도 차등의결권을 운영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상장 당시 보유 주식에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받았다. 대주주는 지분율 10%로 80%에 육박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망 기업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차등의결권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김보형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