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로 기업 경쟁력↑?”…상법 공청회 달군 질문

입력 2025-07-11 17:49
수정 2025-07-14 09:36
이 기사는 07월 11일 17: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기업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나요. 상법 추가 개정 요구는 주가 상승이라는 장밋빛 전망에만 기댄 게 아닌가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상법 추가 개정을 놓고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찬성하는 쪽에선 “이사회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소액주주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물론, 창의적 경영전략 수립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재계와 야당에선 경영권 불안에 따른 부작용만 커진다고 맞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1일 상법 추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에서 빠진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주당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뽑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진술인으로는 여당 측에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윤태준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이, 야당 측에선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김 교수는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보통결의 방식으로 선출되면 대주주가 이사 선출을 독식해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는 이사회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 측이 미는 이사 선임을 확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현행 제도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추가 개정 반대 쪽에선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시행되면 경영 불안만 커진다고 맞섰다. 대주주가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를 계산했을 때, 지분 37.8%가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총 7명(이사 4명+감사위원 3명) 중 2~3명에 불과해 과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하면 이사회는 파행을 겪기 쉽고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고배당 정책 확대 등 단기 이익에 치중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찬성 쪽에선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 시행으로 오히려 기업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내놨다. 윤 소장은 “집중투표제 도입 국가에서 경영권 남용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이사회 다양성 증가로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창의적 영영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도 행동주의 펀드 등의 영향력이 강화되면 장기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야당과 재계에선 이 같은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맞섰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사례 자체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은 러시아, 멕시코, 칠레, 중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주가 폐지하고 5개 주에서만 의무화가 유지되고 있다. 곽 의원은 “자칫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면서 “최근 개정한 상법의 영향을 1~2년 지켜본 다음 제도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외국계 행동펀드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최 교수는 “제도가 변경되면 외국계 자본이 한국 시장과 제도를 집중 연구하고 나설 것”이라며 “특히 이사 자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배임죄 완화 문제는 이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여당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