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중에서 고(古)미술을 낯설게 여기는 이가 많다. 작품명이 온통 한자여서 읽기 어려운 데다 설명도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화려한 유화에 익숙한 눈에는 수수한 색감도 낯설다. 이런 인상을 말하면 “요즘 애들은 한자도 모르고 한국 미술의 멋도 몰라서 문제”라는 중노년층의 핀잔이 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고미술과 젊은 관객은 더 멀어진다.
2023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군자지향’은 이런 분위기를 흔든 전시였다. 유교 사회의 이상적 인간형인 ‘군자’를 키워드로 조선백자 전반을 조망한 이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전시 중 처음으로 관객 10만 명을 넘겼다. 관람객 중 상당수는 2030세대. 젊은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은 감각적인 큐레이션, 한글로 풀어낸 작품명 등 최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인기의 비결로 꼽혔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은 이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당시 전시작을 중심으로 조선백자 전반을 조명한 책이다. 전시 흐름을 따라가되 당시 소개된 주요 유물과 관련 역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 전시 뒷이야기 등을 더했다.
책은 먼저 달항아리를 간략히 짚은 뒤 순백자, 청화백자, 철화백자와 지방의 백자에 관한 이야기를 차례대로 풀어낸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사를 자연스레 오가는 서술이 돋보인다. 예컨대 조선의 전성기인 15~16세기에는 단아함과 엄정함이 두드러지는 조선백자 최고의 명품들이 나왔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조선의 국력이 쇠했고, 다소 거칠지만 개성이 두드러지는 철화백자가 등장했다. 이처럼 도자기는 국가의 역사와 흥망을 반영하는 창(窓)이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독자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고미술에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던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장 가치를 높이는 고품질의 인쇄도 주목할 만하다. 그림에 비해 도자기는 인쇄된 이미지로 그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화려한 색 없이 은은한 흰색 위주로 구성된 백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저자는 현직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사라는 장점을 살려 양질의 사진을 확보했고, 고화질 인쇄로 웬만한 도록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