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양자역학부터 생명공학까지…과학으로 풀어낸 지구의 운명

입력 2025-07-11 17:38
수정 2025-07-12 00:24
기후 변화, 고령화, 인공지능의 부상, 민주주의의 위기….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과학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과학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신간 <과학의 최전선>은 이같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가 직접 발로 뛴 여정의 기록이다. 저자인 분자생물학자 패트릭 크래머는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협회장 취임 전 1년간 80여 개의 막스플랑크협회 산하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미래를 바꿀 단초를 포착해 독자에게 전할 목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세계 과학의 선봉장이 된 단체다. ‘아는 것이 적용하는 것보다 먼저’라는 모토 아래 100년이 넘도록 ‘기초 과학’의 힘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바꿔왔는지를 증명해 왔다.

책이 다루는 영역은 우주에서 세포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블랙홀의 비밀을 파헤치는 천체물리학부터 세포의 신비를 전하는 생명과학, 양자 컴퓨터와 핵융합 에너지 등 최첨단 연구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과학의 최전선을 소개한다. 작가의 글은 과학과 동떨어진 일반인에게도 통할만큼 쉽고 명료하다. ‘나와는 먼 얘기’인 것처럼 느껴지는 과학의 속성을 우리 삶과 연결 지어 풀어내는 방식이 탁월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책에서 막스플랑크협회 산하 84개 연구소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우리 삶과 연관 지어 소개한다. 목차 역시 우주와 지구의 시스템, 지구의 생태계, 인간과 진화, 세포와 생명, 의학 및 노화와 재생, 양자와 신소재 등 17개 주제로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다. 각 산하 연구소가 무엇을 연구하고 어떠한 과학적 원리와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고안한 것.

이 책의 강점은 지식 전달을 넘어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 현장의 열정과 긴장감, 그리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연구자들의 태도를 통해 인류의 미래가 어떤 방식으로든 진일보하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 300명에 달하는 연구소장, 100여 개국 출신 2만4000여 명 연구자들의 구슬땀을 통해 막스플랑크협회가 왜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지 알게 된다. 200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테오도어 헨슈를 비롯한 석학과의 대화는 독자에게 ‘세계에서 무언가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학자의 순수한 기쁨’에 공감하게 만든다.

저자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는 학계의 기본 요소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지구계의 기후변화에만 교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 우리는 생물권의 다른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를 더 정확히 알아보려면 먼저 생물권이 무수한 식물과 동물, 미생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