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국무위원들조차 다들 자기 살길 찾아 떠났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친한동훈계에서는 "친윤석열계는 법정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윤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며 판사에게 '변호사 구할 돈도 없고 국무위원들도 다 자기 살길 찾아 떠났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들은 얼마나 킥킥대며 조롱할까.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보통의 국민들도 얼마나 황당해할까"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변호사 구할 돈도 없고 국무위원들도 떠났다? 이렇게 징징대려고 영장전담 판사 앞에 나선 건가. 전직 대통령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제발 최소한의 자존심과 품격을 지켜주시길 바란다"며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더 이상 부끄럽고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는 말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서서 죽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어 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해 "계몽령을 외치며, 계엄은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며, 계엄은 잘못이지만 탄핵도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대통령 윤석열을, 그리고 국민의힘과 나락으로 몰아갔던 법조인 출신 친윤 당신들은 이쯤 되면 무료 변호인단이라도 결성해 윤석열 법정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마 끈 떨어진 대통령을 위해선 죽어도 안 할 것이다. 몹쓸 사람들"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약 20분간 직접 최후 변론을 했다. 그는 증거인멸 우려나 증인의 진술을 번복할 수 있다는 지적에 "특검이 변호사까지 공격해 혼자 싸워야 한다. 고립무원의 상황"이라며 "국무위원들조차도 다들 자기 살길 찾아 떠나는 등 사람들이 이제 나와 연락을 많이 끊는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변호인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인들과 말을 맞출 형편도 못 된다"고 했다고도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때는 친윤계로 분류됐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월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기 위해 관저에 모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조경태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남동 관저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집결했던 의원들이 무려 45명"이라며 "내란 특검이 시작됐는데,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인물이다. 인적 청산의 대상은 45명 플러스알파"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내란 특검팀의 수사에 대응하는 당내 특별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