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드라마 달라졌나…절절 로맨스에 앞치마 한 아빠까지 등장

입력 2025-07-11 10:03
수정 2025-07-11 10:05


북한의 드라마에서 달라진 사회 풍토가 발견됐다.

10일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월간지 금수강산 7월호는 "TV 연속극 '백학벌의 새봄'은 지난 4월부터 TV로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백학벌의 새봄'은 국가영화총국 텔레비죤극창작사 제2창작단이 제작해 지난 4월 16일 조선중앙TV에서 처음 방송돼 지난달 24일 종영했다. 총 22회로 제작됐다.

조선중앙TV가 신작 드라마를 내놓은 건 2023년 1월 '한 검찰일군의 수기'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백학벌의 새봄'은 이전과 달리 앞치마를 두른 남성이 아내와 딸에게 밥을 차려주고, 청춘들의 풋풋한 로맨스가 담겼다는 평이다.

탈북민들은 북한 사회에 가부장적 인식이 뿌리 깊어 남성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입을 모아 증언해왔다. '백학벌의 새봄' 속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은 새로운 본보기로 제시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절절하게 연애하는 청춘들도 등장한다. 극 중 농업연구사 경미(배우 리유경)와 검사 영덕(배우 최현)은 4년 넘게 사귀고 있지만 영덕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영덕의 어머니는 경미를 찾아가 "처녀 쪽에서 먼저 돌아서 달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전통적인 클리셰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다.

이후 경미가 이별을 요구하며 "결혼이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하자, 영덕은 "이렇게 끝낼 수 없다"면서 "내가 아버지, 어머니 뜻을 꺾어 놓겠다"면서 절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북한 드라마나 영화는 주민 계몽과 체제 선전 목적이 강해 개인의 내밀한 감정 표현에는 인색한 경우가 많았다. '백학벌의 새봄'에서 이별 앞에 괴로워하는 감정이 가감 없이 등장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북한 당국은 2020년 말 한국 영상물 시청자에게 최대 징역 15년 형을 선고하게 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며 한류 확산을 차단해 왔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노래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총살이 이뤄지고 있다는 탈북민의 증언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외국 영상물에 익숙해진 젊은 층을 고려해 로맨스 연출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남자주인공 영덕 역의 최현도 인기를 얻고 있다. 금수강산 7월호는 "최현 배우는 최근 영화들에 출연한 신인배우이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개성적인 모습으로 처녀들 속에서 호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백학벌의 새봄'의 배경과 주제의식은 기존의 북한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백학벌의 새봄' 모티브는 1990년대 인기 농촌드라마 '석개울의 새봄'이다. '가장 뒤떨어진 농장에 리당 비서로 온 주인공이 인격적, 능력적 결함이 있는 농장원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참된 애국농민으로 키워낸다'는 게 골자다.

다만 이런 드라마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이끌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삶이 어려워지면서 젊은 여성들도 결혼과 출산을 더욱 꺼리는 분위기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4'에 따르면 북한에서 여성이 이혼과 임신 중단을 선택할 경우 노동단련대에 보내진다는 내용의 탈북민 증언이 여러 건 수집됐다.

2023년부터 이혼 시 1년 징역형에 처한다는 법률도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