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브랜드 관리의 궁극적 목표는 '공명'…고객에 감동 줘야 울림의 확산 가능

입력 2025-07-11 10:00
학창 시절 소리굽쇠 공명 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한쪽 소리굽쇠를 치면 연결되지 않은 다른 소리굽쇠도 울리는 신기한 현상을 관찰했다. 고유 진동수가 같은 진동에 반응해 함께 진동하는 공명 현상이라고 배웠다.

2000년대 초반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할 무렵 ‘브랜드 공명(brand resonance)’이란 개념을 처음 접했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울리는 것이 브랜드 자산 구축의 궁극적 목표라는 주장이다.

이는 케빈 레인 켈러 교수의 ‘브랜드 자산 피라미드 모델’에서 거론된 개념이다.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려면 먼저 인지도를 높이는 단계, 호의적이고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후 긍정적 판단과 감정이 형성되는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공명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에 대해 강한 애착과 유대감을 갖고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과한 비유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공명이라고 느껴지는 경험을 종종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난데없이 가슴이 뭉클해지는 음악을 들었을 때,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을 봤을 때 공명을 체험했다. 이게 그렇게 감동할 만한 콘텐츠인가 싶을 때 더욱 그랬다. 나의 고유 진동수에 맞는 음악과 영상이었나 보다.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물리 현상인 공명이 관계의 수준을 표현하는 비유로 쓰일 수 있다는 자연과학자의 확인을 받는 느낌이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가 같아 함께 울리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브랜드 관리자에겐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브랜드 관리가 지향할 궁극적인 수준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소비자와 공명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물론 피라미드 모델에서 지적한 대로 브랜드의 인지도, 이미지, 평가, 감정 등을 관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브랜드 공명을 구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소비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에 대한 이해는 공명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를 위해 다양한 브랜드 관리 활동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반응을 살펴보면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에 관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다음으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고유 진동수를 맞추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자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어울릴 만한 타깃 고객을 찾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의사 결정을 한 이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고 일관되게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공명하는 고객에 대한 집중 관리를 통해 공명의 확산을 모색해야 한다. 브랜드에 공명하는 고객은 주변을 공명하게 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고유 진동수가 같아 공명하는 객체는 주변의 다른 객체를 공명시키는 주체의 역할도 한다.

따라서 고객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브랜드 공명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됐다는 것은 브랜드 자산 측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소비자에게 공명하는 브랜드에 이르고자 한다면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