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플레이션…'밥상 물가' 달아오른다

입력 2025-07-10 17:51
수정 2025-07-11 01:10
예년보다 빠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 농·축·수산물 산지에 초비상이 걸렸다. 무, 배추 등 농작물은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썩어가고, 수산·축산물도 집단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올여름 내내 40도 가까운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히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전국 평균 폭염(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일수는 4.9일이었다. 월초인데도 이미 작년 7월 한 달 폭염 일수(4.3일)를 넘어섰다. 최고기온도 37.8도로 전년 동월(33.3도)을 크게 웃돌았다.

때 이른 폭염은 농작물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무값은 ㎏당 평균 628원으로 나흘 전(303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대파(18.3%), 배추(16.2%)도 급등세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통상 여름철엔 무더위를 피해 서늘한 강원도 고랭지로 산지를 옮기지만, 올해는 이곳마저 폭염 피해가 덮쳤다”고 했다.

축산농가와 어가도 피해가 극심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에만 돼지, 닭 등 가축 16만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누적 폐사 가축은 지난해 4만9799마리(5월 20일~7월 8일 기준)에서 올해 37만9475마리로 7.6배 급증했다. 어가 양식장에서도 물고기 집단 폐사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전국 농축산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에 대비해 정부 가용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