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부흥기 이끈 1세대 건설맨

입력 2025-07-10 18:19
수정 2025-07-10 23:42
‘맨손으로 우미건설을 굴지의 중견 건설회사로 키운 건설업계 산증인.’ 이광래 우미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이 회장은 2000년 이후 수도권 공공택지사업을 기반으로 중견 건설사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아파트 브랜드 ‘린’을 앞세워 전국에 10만 가구 이상을 공급했다.

1933년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난 그는 강진농업고,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리 장교로 군 생활을 하다가 40세가 되던 해인 1973년 소령으로 예편한 후 뒤늦게 사업을 시작했다. 1982년 우미건설의 전신인 삼진개발을 설립했다. 광주에서 18가구를 분양하며 본격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진출하면서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27위, 매출 규모가 연결 기준 2조934억원에 이른다. 자회사로 우미토건, 우미산업개발, 우미개발, 우미글로벌, 우미종합건설 등이 있다.

2018년 ‘미션(존재 이유)과 비전(꿈), 핵심 가치(일하는 방식)’로 구성된 가치관 경영을 선포했다. 2020년 서울 도곡동에 있는 ‘린스퀘어’로 본사를 이전하고 ‘선도적인 일류 종합부동산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주택사업, 건축, 자산운용사 투자, 프롭테크 지분 확보, 해외사업 투자 등 사업모델을 다변화했다.

우미건설은 업계에서 ‘위기에 강한 건설사’로 불린다. 애초부터 무리한 대출을 시도하지 않는 회사, 업계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12.7%) 등으로 유명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동산 불황기를 극복한 경험이 현재의 토대가 됐다. 광주 서구 풍암지구, 전남 목포 등에서 100% 분양에 성공하며 위기를 이겨냈다.

이 회장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짓는 건설업자가 아니라 내 집을 짓는 가장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서전 제목도 ‘나는 마음을 짓는다’다.

2005년 성실납세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총 5회 성실납세 표창을 받았다. 2006년 사회공헌을 위해 금파재단(현 우미희망재단)을 설립했고, 국가유공자 주거개선사업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19년 ‘건설의 날’ 기념식에선 건설업계에 뛰어든 지 37년 만에 기업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장남인 이석준 부회장이 2021년부터 우미글로벌을 이끌고 있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 부회장, 차남 이석일 씨, 장녀 이혜영 우미건설 건축디자인실장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12일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