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김성훈의 지속 가능한 도시] 사랑의 도시 파리

입력 2025-07-17 16:24
수정 2025-09-12 17:01
나에게 사랑은 가족을 생각할 때 가슴 가득 차오르는 따뜻한 감정이다. 기분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정. 사랑은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말 '사랑'은 '생각하고 헤아린다', '배려한다'라는 어원에서 왔다. 상대를 깊이 생각하고, 그 마음을 헤아려 보살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뜻이다. 영어 'LOVE'는 라틴어 'Lube re'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기뻐한다', '즐겁게 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어 'AIMER'는 라틴어 'am?re'에서 왔으며, '감정적인 애착'이나 '깊은 감정'을 나타내는 동사였다가 중세 프랑스어에서 '좋아한다'는 의미가 강해졌다.

이 모든 언어의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는 공통으로 '기분 좋음', '행복함',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녹아 있다.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할 때, 상대가 기뻐하고 즐거워야 할 때, 그리고 그로 인해 나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파리를 바라보면, 파리야말로 진정 '사랑이 넘치는 도시'라고 느껴진다. 파리에서 13년간 건축가로 도시를 바라보며 느낀 파리의 진정한 매력은, 이 도시의 공간들이 사람들을 배려하고 행복을 선사하는 '사랑의 언어'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파리의 거리, 광장, 공원, 그리고 카페테라스 하나하나에는 사람들을 향한 깊은 '생각하고 헤아림'이 담겨 있다. 빽빽한 도시 속에서도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푸른 공간을 마련하고, 걷고 싶은 거리와 누구나 자유롭게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곳곳에 배치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파리의 공간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고 헤아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에펠탑 아래 샹 드 마르스 공원에 앉아 햇살을 즐기거나, 센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도시의 풍경을 만끽하고, 카페테라스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도시의 활기를 느끼는 것. 이 모든 순간이 파리 시민들과 방문객들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파리의 도시 공간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고, 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파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파리를 향해 외친다.
"Je t’aime Paris(파리 너를 사랑해)”

이 외침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파리라는 도시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깊이 배려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표현이자, 그 공간 속에서 느낀 '기분 좋음'과 '행복함'의 고백이다.

파리는 '사랑'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도시 공간 속에 구현해 왔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랑의 정신'이, 오늘날 파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 혁명'의 핵심이기도 하다. 사람을 배려하고, 자연을 헤아리며,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성훈 지음플러스 대표,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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