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쇄신 작업을 이끌 당 혁신위원장으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9일 선임됐다. 지난 7일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경제·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윤 위원장은 당원 투표를 거쳐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에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혁신에 힘을 싣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희숙 “혁신의 주체는 당원”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은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경제 전문가로, 혁신위 업무를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정책통’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전당대회를 총괄할 선거관리위원장에는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이 선임됐다.
윤 위원장은 ‘당원 중심 개혁’에 무게를 싣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한경과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은 혁신의 주체가 당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원 중심주의, 상향식 의사결정, 분권적 경쟁 등 세 가지 원칙하에 쇄신의 구체적 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당내 의사결정이 의원 총회 또는 지도부에 의해 이뤄지면서 계파 간 갈등 등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게 윤 위원장의 생각이다.
혁신의 구체적인 방향은 전당대회 전에 당원 투표를 두 차례 실시해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민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이 ‘당 문을 닫으라’는 말인데, 당을 닫는 정도의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차기) 지도부가 다 같이 망할 작정이 아니라면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원들이 결정한 쇄신안을 혁신위가 주도권을 쥐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인적 청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당원은 특정인에게 칼을 휘두를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며 “당원들이 혁신의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몫”이라고 밝혔다. 당원 투표 등에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대 앞두고 혁신 속도 낼까좌초할 뻔한 혁신위가 곧바로 새 수장을 찾으면서 꺼져가던 쇄신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는 게 당내 평가다. 다음달 중순 전당대회 개최까지 한 달 남짓 동안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윤 위원장은 “지금 국민의힘 앞에는 아주 좁고 어두운 길 하나만 남아 있다”며 “8월 전당대회가 목전에 와 있는 만큼 고삐를 쥐고 압축적이고 빠른 속도로 혁신위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특검이 고삐를 죄면서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5선 윤상현 의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 후 특검의 무제한 수사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독재방지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특검 수사로 인해 ‘똘똘 뭉치자’는 구호가 다시 나오면 인적 쇄신 등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당원 투표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소람/정상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