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셰프 "손님 절반이 외국인…서울도 글로벌 미식도시 될 수 있어"

입력 2025-07-09 18:08
수정 2025-07-09 23:38

“어떤 날은 손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개성 있는 한식 다이닝이 꾸준히 나오면 서울도 글로벌 미식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활약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타가 된 최현석 셰프를 지난 8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 ‘쵸이닷’에서 만났다. 그는 “K웨이브와 파인다이닝의 대중화로 K다이닝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셰프는 끊임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예술적인 요리부터 밀키트에 이르기까지 활동폭이 넓어 인지도가 높다. 그는 “스스로 미친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며 “한 요리를 130번 만들어 본 적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의 휴대폰에는 15년 이상 기록한 각종 요리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최 셰프는 “파인다이닝은 귀족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쵸이닷의 코스 요리 가격을 1인 20만원 이하로 책정한 이유다. 고급 식재료와 메뉴만 고집해서는 한식 파인 다이닝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이 뉴욕 파리 도쿄 홍콩 등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글로벌 미식 도시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최 셰프는 “한국 셰프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세계도 인정한다”며 “개성 있는 셰프들이 각자의 철학, 성향에 따라 차별화한 요리를 내놓으며 경쟁해야 K다이닝이 제대로 꽃을 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식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현시점에 천편일률적인 메뉴로 승부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경영난을 겪는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많다.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상급 재료를 쓰고, 테이블 수를 적게 해 적자에 허덕이게 된 사례다. ‘돈을 벌려면 파인다이닝을 하지 말라’는 말이 외식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최 셰프는 이 같은 흐름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인다이닝은 순수 예술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며 “수익을 낼 수 없는 셰프는 셰프가 아니다”고 했다. 셰프도 경영을 배우고, 레스토랑 기획 단계부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더 많은 밀키트 제품 등을 출시해 파인다이닝의 대중화를 꾀할 것이라고 했다.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를 통해 제조·유통되는 쵸이닷 밀키트 제품은 프레시지 전체 밀키트 매출의 12.8%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 셰프는 “모든 분이 쵸이닷 레스토랑에 올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파인다이닝 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밀키트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콘텐츠와 K다이닝이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셰프는 “흑백요리사를 통해 한국 셰프의 요리를 다루는 콘텐츠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이 증명됐다”며 “한국 셰프의 이야기를 담은 K콘텐츠를 더 많이 기획해 한국 식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이소이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