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설업계가 현장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냉방설비 확충, 순환휴식제 도입 등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한 당시 이 근로자의 체온은 40.2도였고, 당일 구미시 최고기온도 38.3도에 달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고온 환경에 의한 온열질환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15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국 누적 온열질환자는 총 9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사망도 7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폭염이 있다. 예년에는 장맛비가 내리며 기온을 낮춰줄 시기이지만, 장마전선이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일찍 북상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어 전국이 ‘찜통더위’에 갇히게 됐다.
실제 8일 서울의 낮 기온은 37.8도로,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7월 상순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광진·동작구 39.6도 △구로구 39.2도 △동대문·용산구 39.1도 △강남구 39도 등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보였다.
수도권에서도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지역이 부쩍 늘었다. 경기 광명시가 40.2도, 경기 파주시가 40.1도를 기록했다. 경기 의왕(40.4도)과 가평(40.1도)도 낮 기온이 40도를 넘겼지만, 공식 기온으로 인정되진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 현장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은 최근 6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비중이 48%에 달해 전체 업종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온열질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6월부터 9월까지를 ‘혹서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물 공급 △차광 조치 △휴식 제공의 3대 작업관리 수칙을 강조한 '3GO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사 디지털 플랫폼인 H-안전지갑을 활용해 체감온도, 위험지수 등을 실시간 파악하고 작업 중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DL이앤씨 역시 전국 주요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냉방복 착용 여부, 순환휴식제 운영, 작업시간 조정 등의 점검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혹서기 비상대응반' 운영을 통해 임원진이 국내 100여개 현장을 모두 방문하며 보냉장구 지급과 휴게시설 설치, 휴식시간 준수 등을 점검하는 등 사고 예방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도 6월 초부터 폭염 단계별 대응체계 마련, 냉방 장비 확대, 취약 근로자 밀착 보호로 체계화된 근로자 건강 보호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CCTV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전체 현장을 실시간 관리한다.
한화 건설부문은 전국 현장에 팥빙수 등 1만인분 간식을 제공하고 제빙기·냉방기기를 갖춘 휴게시설을 운영한다. 금호건설, 우미건설 등 중견업체들도 작업 중단 기준 온도를 설정하고 작업중지권 보장에 팔을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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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높아지면 야외 작업을 중단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공공이나 소형 민간 현장에는 냉방장치와 휴게시설 부족 등의 문제로 실질적인 휴게시간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부의 지원과 규제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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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