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제도 설계를 둘러싼 당정 간 논의가 복잡해지고 있다. 감세 대상의 범위를 놓고 ‘부자 감세’ 우려와 실효성 논란이 맞물리는 가운데, 배당성향뿐 아니라 PBR(주가순자산비율), 배당수익률, 배당 증가율 등 다양한 기준이 거론되고 있다.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해질 경우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 등과 함께 배당소득 분리과세 설계안을 두고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다. 대상 기업의 조건부터 과세 구간, 세율까지 다양한 변수 조합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제도의 출발점이 된 안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배당성향 35% 이상인 상장법인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 △2000만원 미만은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언급하며 “배당을 촉진할 세제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밸류업 세제 혜택’보다 더 파격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의 배당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감세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우려에 따라 제도 설계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예컨대 배당성향뿐 아니라 △배당수익률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 증가율 등 복수 기준을 병행 적용하자는 방안이다. ‘배당성향 35% 이상’이면서도 ‘배당수익률 3% 이상’, ‘PBR 1배 초과’인 상장사 주주에게만 감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기준은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대상 기업이 극소수로 좁아지면서, 배당 촉진이라는 정책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시행한 ‘배당소득증대세제’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는 △배당성향 30% 이상 △배당수익률 3% 이상 △배당 증가율 10% 이상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저율로 분리과세했다. 하지만 당시 기업들이 이 같은 요건을 단기간에 지속 충족하기 어려웠고,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현금배당 총액은 증가했지만, 이는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자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도 자체의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결국 이 제도는 3년 만인 2017년 말 일몰 기한과 함께 폐지됐다.
정부는 배당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부자 감세’ 논란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막바지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번 2025년 세제개편안의 핵심 사안 중 하나로, 향후 여야 간 정치적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