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공개 지지 선언했다가…'비난 문자 폭탄' 맞은 최민희

입력 2025-07-09 15:58
수정 2025-07-09 15:59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후보로 정청래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뒤 일부 당원들로부터 수많은 비난 문자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치인이나 소위 '수박'(비이재명계 멸칭)을 향하는 줄만 알았던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내부의 친이재명계에까지 떨어진 것이다.

최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많은 비난 문자가 쇄도한다. 제게도 당대표 후보를 선택할 권리가 있지 않냐"면서 자신이 보낸 답장 일부를 공개했다. 최 의원이 보낸 답장을 보면 박찬대 후보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당원들이 최 의원에게 비난과 비아냥이 섞인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일부 답장에서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답장은 "국회의원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지, 이유 없이 익명의 비난 문자를 받아도 '예, 예' 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정활동을 잘하지 못해 비난받는 건 감수해야지만, 당대표 선거에서 님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정 후보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해 비난하고 비아냥하는 건 저로선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답장은 "당의 흐름을 보다가 마음을 굳혔다. 현재 다수 국회의원들이 님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한다. 직전 원내대표·비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아주 잘하셨고 당연히 당내 영향력이 크시다"며 "그렇다고 모든 의원들이 생각이 똑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저는 정 후보를 지켜봐왔다. 언제나 언론과 맞서 싸웠고 개혁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는 메시지였다.

최 의원은 또 "너무 많은 분들이 저를 심하게 비난·압박하며 '하려면 당당하게 정청래를 지지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따르겠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적극적으로 정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그의 당원 주권 확대 공약을 특히 열심히 홍보하겠다"며 "깨시민이 민주당에 모여 단단하게 조직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었고 제가 정치를 하는 한 이유다. '노무현의 꿈'을 이어받아 검찰·언론·정치·정당 개혁, 당내 기득권 타파 및 당원 주권 정당을 실현할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표 선거는 4선의 정 의원과 3선의 박 의원 2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강성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인 만큼, 네거티브를 최대한 지양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특정 후보의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접전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에게 전화 면접 방식으로 민주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정 의원은 32%, 박 의원 28%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만을 놓고 보면 정 의원이 47%로 박 의원(38%)을 오차범위(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이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이 이어지자, 다급해진 일부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재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을 지지한 양문석 의원도 최근 "이루 말할 수 없이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가 지운 바 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나 '수박'이 아닌, 친이재명계 정치인에게까지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후보들의 '페어플레이 다짐'이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