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무게는 온전히 제가 안고 가려 합니다."
결혼 8년 만에 파경을 맞은 배우 이시영이 뜻밖의 임신소식이 전해진 후 법적 쟁점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시영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전남편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법적인 문제가 정리될 때쯤 둘째 임신을 위해 보관해 둔 냉동 배아 보관만료시기가 다가왔다"면서 "폐기 시점을 앞두고 이식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혼을 진행하던 전 남편은 둘째 임신을 원치 않았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동의없이 배아 이식을 통해 임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용기있는 선택"이라며 응원했지만 반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는 반응도 터져나왔다.
이혼 가사법 전문변호사인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 변호사는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상의 동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현행 생명윤리법 제24조 제1항은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하여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난자 기증자, 정자 기증자, 체외수정 시술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ㆍ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배아 생성 단계에서의 동의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배아 이식 단계에서의 배우자 동의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변호사는 "향후 배아 이식 단계에서도 명확한 동의 절차를 규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친생자 추정 여부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이 변호사는 "민법상 친자관계 성립에 관해서는 매우 명확한 규정이 있다. 민법 제844조는 친생자 추정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제3항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시영씨의 경우 3월경 이혼한 후 약 4개월 뒤에 임신을 공개했으므로, 아직 300일이 경과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민법 제844조 제3항의 친생자 추정이 적용되며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친자관계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친부의 권리와 의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 변호사는 "친자관계가 성립되면 전남편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친부로서의 모든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면서 "구체적으로는 양육비 지급의무, 상호부양의무가 발생하고, 아이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된다. 또한 전남편도 친권·양육권 및 면접교섭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는 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으로, 친자관계가 성립되면 그 성립 경위나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민법상 친족관계에서 오는 권리·의무가 동등하게 적용된다. 이 변호사는 "법원은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했다.
이시영 씨의 전남편의 경우 "동의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만약 전남편이 끝까지 반대했는 경우 일방적으로 아이를 출산한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이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전남편이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면서 "동의 없이 진행된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양육비 등 재정적 부담의 강제를 근거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이 보인 태도를 보면, 배아 생성 당시 부부 합의로 시술을 받았다는 점, 전남편이 이미 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표명한 점, 무엇보다 아이의 복리를 우선시하는 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고려할 때 배상 책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친권과 양육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 변호사는 "친권과 양육권에 관해서는 현재로서는 이시영 씨가 유리한 상황이다"라며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주체적 의사를 명확히 표명했고,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제공할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다만 전남편이 친권이나 양육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경우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법원은 민법 제837조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편이 면접교섭권을 요구할 경우 이는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면접교섭권은 아이의 인격 형성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연예계 전대미문의 '이혼 후 임신'발표에 떠들썩하지만 해외에도 비슷한 분쟁사례는 있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동의 없이 배아를 사용한 경우 민사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있지만, 각 주마다 법령이 다르고 사안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이다"라며 "중국에서는 부부 사망 후 대리모를 통한 출산 사례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도 아이의 법적 지위와 상속권이 중요한 쟁점이 됐다"고 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법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생명윤리법에서 배아 이식 단계에서도 명확한 동의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아 이식 시 배우자의 동의 여부를 명시하고, 이혼 등 관계 변화 시 배아 처리 방안에 대한 사전 합의서 의무화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며 "체외수정 과정의 각 단계별 동의 범위를 명확화하고, 냉동보관 배아의 법적 지위 및 처리 기준을 구체화하여 당사자 권리보호와 아동 복리 간의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영 임신 논쟁은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에 법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행법상으로는 배아 이식 단계에서의 동의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법적 공백이 존재하지만,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친자관계 성립을 통해 모든 권리·의무 관계가 정립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어날 아이다. 법원은 일관되게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왔으며, 이번 사건에서도 그러한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