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일본·중국 등 14개국에 특사 파견을 추진 중인 가운데 캐나다에도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캐나다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올해로 수교 62년을 맞은 오랜 우방국이다. 유엔군 일원으로 6.25 전쟁에 파병도 한 혈맹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국의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캐나다에 특사를 파견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한반도 주변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 특사를 보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미국에 특사를 보냈다.
캐나다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는 것 자체도 이례적인데, 특사로 해당 국가와 딱히 인연이 없는 군(軍) 장성 출신 현역 의원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사실상 내정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김 최고위원을 캐나다 특사로 보내려는 건 양국 간 방산 협력 강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나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카니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한국의 방산 역량을 잘 알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방산 협력 중에서도 핵심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 참여다. 군 장성 출신인 김 최고위원을 특사로 파견하는 것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CPSP 사업 참여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는 게 사안을 잘 아는 인사의 설명이다. 공교롭게 대통령실에서 외교 정책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실 2차장도 현직 주(駐)캐나다 대사로 있던 임웅순 차장이 임명됐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다. 해군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는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보유 중인 2400톤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새로운 잠수함 조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게 CPSP 사업이다. 3000톤급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금액으로는 약 60조원 규모(유지보수 등 포함)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이를 공급할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 잠재적 사업 파트너들을 상대로 지난해 9월 공식 정보요청서(RFI)를 게시했고, 이르면 내년 중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방위사업청이 '원팀'이 돼 캐나다 정부에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Ⅲ)' 건조 계획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는 지금은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꾼 옛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설계해 건조한 최신예 잠수함이다. 지난 2020년 실전 배치됐다. 방산업계에서는 "군 출신인 김 최고위원이 캐나다 특사로 간다면 아무래도 캐나다 정부에 우리 잠수함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유리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해 'K방산'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토론회에서 지난달 캐나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우리 방산의 우수성을 알리고, 잠수함 사달라고 부탁하러 간 이유가 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K방산' 수출 특명을 받는 김 최고위원이 과거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이력을 지적하는 말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무기 등 방산물자를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K방산 수출을 발목 잡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법안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