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원금으로 맥주 마시려고 했더니"…식당 술값의 배신

입력 2025-07-09 14:00
수정 2025-07-09 15:35

“강남역에서 저녁을 먹는데 소주 한 병에 6000원, 맥주는 8000원씩 하더라고요. 소비 지원금 나오면 더 오르지 않을까요.”

반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던 식당 술값이 반등했다. 대표 외식 품목인 소주와 맥주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가뜩이나 고공 행진 중인 외식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당에서 판매한 소주 가격인 외식 소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1%, 외식 맥주 물가는 0.5% 올랐다.

외식 소주 물가는 작년 9월부터 9개월간, 외식 맥주 물가는 작년 12월부터 7개월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 전체 외식 물가 상승률이 2.9~3.2%를 오르내리며 소비자물가 상승률(1.9~2.2%)을 웃돈 것과 대비된다.


식당 소주와 맥주 가격이 이례적으로 하락한 데는 업장들이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술값 할인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술값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소주 1000원’ ‘맥주 무료’ 같은 이벤트를 걸고 장사하는 곳이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업주들이 하나둘 할인 행사를 종료하면서 지난달 술값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업주들이 할인 행사를 접는 배경에 소비지원금 지급 등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손해를 보고 술을 팔던 업장들이 영업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면서 주류 물가가 ‘원상 복구’된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호프집은 2만1891곳으로 1년 전 동기보다 8.3% 줄었다.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파는 주류 가격도 뛰고 있다. 지난달 소매점 소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1% 올라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매점 맥주 가격은 지난달 3.1% 올라 작년 10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하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