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7일(현지시간)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통보하면서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등에 붙는 품목관세를 유지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상호관세율은 협상을 통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품목관세율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25%)와 철강(50%)에 붙는 ‘관세 폭탄’이 상수가 될 것이란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SNS에 공개한 서한에서 “(상호관세는)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은 상호관세 협상 시한을 8월 1일로 연장했지만 앞서 자동차·자동차부품(25%), 철강·알루미늄(50%)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4월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매긴 데 이어 5월부터는 자동차부품에도 25% 관세를 물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8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관세 부담이 각각 5조1270억원, 4조2160억원으로 모두 9조34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현대차(14조2000억원)와 기아(12조6671억원) 영업이익 35%가량을 관세 비용으로 떠안는 셈이다.
관세 타격은 현실이 됐다.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 수출액(153억4000만달러)은 작년보다 16.8% 급감했다. 관세 부과 전 미국에 쌓아둔 재고가 바닥난 만큼 실적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조6121억원, 3조82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5.6%, 15.4%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올 하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를 전년보다 10.8% 감소한 726만 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엔 관세 부과 이후 가격 인상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의 ‘패닉 바잉’으로 선방했지만 하반기부터는 판매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0% 관세 폭탄, 건설 경기 침체,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액이 전년보다 16.3% 감소한 가운데 수출 단가도 9.4% 하락했다. 밀어내기 수출에 나선 탓이다. 포스코홀딩스(6545억원)와 현대제철(906억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각각 13%, 7.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형/양길성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