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디테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번 유럽 출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세계적인 문화·예술·패션 도시인 오스트리아 빈과 밀라노를 잇달아 둘러본 오 시장은 “빈과 밀라노의 도시 개발 사례와 건축물을 살펴보니 눈에 보이는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설계의 밀도가 남달랐다”며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것들을 서울에 하나하나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진국에선 임대주택도 ‘품질 경쟁’오 시장은 이번 출장의 최대 수확으로 빈의 공공임대주택 사례를 꼽았다. 서울과 비슷한 주거 면적과 예산으로도 주방·세탁실을 결합한 공용공간, 임대형 추가 공간, 유치원과 노인시설이 함께 들어간 복합돌봄시설 등 실용적인 설계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반드시 배워야 할 내실형 설계”라고 말했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 완성도도 화두였다. 밀라노의 포르타누오바 지구에 있는 세계 최초의 수직정원 아파트를 찾은 오 시장은 “서울에도 수직정원 건물이 한두 개 정도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분명 건축비가 1.5배 정도 더 들기 때문에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보급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직정원 아파트가 있는 포르타누오바 지구는 29만㎡에 달하는 유휴 철도 및 산업 부지를 재개발해 친환경 첨단 도시로 재탄생한 곳이다. 수직정원 아파트는 외벽에 80종 이상, 약 800그루의 나무가 심겨 있다. 2개 동의 수직정원 아파트 외에도 100m 지름의 원형광장인 가에 아울레티 광장, 나무도서관 공원 등의 혁신적인 시설이 들어서 있다.
오 시장은 밀라노의 시티라이프(CityLife)를 둘러보면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미래 모습이 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다”고 했다. 시티라이프는 밀라노 중심부의 대규모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다. 옛 밀라노 박람회장(피에라 밀라노) 부지였던 곳을 주거·업무·문화·상업 복합단지로 탈바꿈시킨 사업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도심형 재개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카페만 짓는 서울형 수변공원한강변 공간도 재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오스트리아 도나우강 수변공간에서 시민들이 수상 트램펄린과 그물침대, 야외 보관함, 목재 덱 등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한강공원 일대에 카페만 지어놨다”며 “예산을 반영해 내년부터 바로 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에서 서울의 패션·문화산업을 세계로 확산할 외교적 접점도 찾았다. 오 시장은 4일 밀라노시청에서 주세페 살라 시장을 만나 서울패션위크에 밀라노 디자이너가 참여하고, 서울 디자이너가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오 시장은 “서울이 아시아 트렌드를 이끄는 도시가 되려면 유럽과 손잡고 새 기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밀라노 현지에 진출한 패션·뷰티업계 기업인들과 간담회도 했다. KOTRA 밀라노 무역관장과 현지 기업인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참석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서울의 브랜드들이 세계 무대에 더 많이 설 수 있도록 지속해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밀라노=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