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세를 이끈 외국인 투자자가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코스피지수가 지나치게 빨리 올랐다는 판단에 일부 자금을 헤지(손실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7월 1~7일)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국내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이 기간 총 2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락분의 두 배만큼 오르도록 설계된 이른바 ‘곱버스’ 상품이다. 또 다른 인버스 ETF인 ‘KODEX 인버스’도 32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ETF 1위는 ‘TIGER 200’이었다. 코스피200지수의 순방향에 베팅하는 패시브 ETF다. 이 기간 7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외에 ‘KODEX 레버리지’ ‘TIGER 레버리지’ 등 코스피지수 상승분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각각 28억원, 16억원어치 빠져나갔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상승장을 견인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2일부터 7월 7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2조3357억원)과 기관(-4조1429억원)이 주식을 팔아치웠는데도 코스피지수가 20% 가까이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ETF시장에서도 이 기간 ‘TIGER MSCI KOREA TR’에 8000억원 넘는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MSCI코리아TR지수를 따르는 ETF로, 한국 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주 수요층이다.
외국인이 인버스 ETF로 눈을 돌린 건 코스피가 단기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정된다. 두 달간 급등세를 이어온 데 따른 피로감과 미국 관세 리스크 등 대외 변수 영향으로 상승분 일부를 반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인버스 ETF 매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채권·외환·상품) 리서치부장은 “코스피지수의 단기 등락이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이 이어지면 다시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 최대 34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