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파리 떼가"…일본인 고독사, 한국인 신고로 발견

입력 2025-07-08 18:18

일본에서 이웃집 창문에 대량으로 몰린 파리를 수상히 여긴 한국인의 신고 덕분에 고독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에 전화했다는 이 한국인의 행동은 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600만회 이상 조회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일 일본에 거주 중인 A씨는 엑스(X·구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사연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한 맨션 창문에 파리 수십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길 가다 우연히 위를 올려다봤는데 어떤 맨션 창문에 파리가 대량으로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며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해 검색해보니 고독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역시 고독사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은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건물을 수색했고, 집 안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관심 덕분에 오랜 시간 방치될 뻔한 고독사가 조기에 드러난 셈이다.

이후 A씨는 후속 글에서 "젊은 사람, 중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라며 "연고 없는 타국에서 살아가다 보니 미래의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고 털어놨다.

A씨의 용기 있는 행동은 일본과 한국을 넘어 온라인 전역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덕분에 고인은 더는 방치되지 않았다", "작은 관심이 생명을 대신한 셈"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파리가 그런 신호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일본 특수청소 업체 '오소우지야상'은 작년 칼럼에서 "고독사 현장에 들어가기 전 파리의 수와 창문 오염 정도를 통해 실내 상태를 예측한다"며 "파리가 대량으로 붙어 있다면 거의 틀림없는 사망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업체에 따르면 시신 부패로 인한 악취는 파리를 유인하며, 성충과 유충이 반복적으로 번식해 창문에 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시신에서 나는 강한 악취는 파리에게 진수성찬과 같아 50km 밖에서도 냄새를 맡고 날아온다는 말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파리뿐만 아니라 아파트 복도 등에서 발견되는 구더기 역시 고독사의 주요 흔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내각부는 최근 처음으로 고독사 관련 통계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사후 8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립사'는 총 2만1856건으로 추정된다. 이 중 사망 후 1년 이상 지나 발견된 사례도 253건에 달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1년 3378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서울 종로구가 배포한 고독사 징후 안내문에 따르면, △우편물이나 전단이 쌓여 있거나 △현관 주변에 악취가 나며 △며칠째 불이 꺼지지 않거나 TV가 계속 켜져 있는 경우 △마른 빨래가 방치돼 있거나 △공과금이 몇 달째 체납된 경우 등도 모두 위험 신호로 간주된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