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혁신위' 거부한 안철수 "안 될 것 뻔해…인적 쇄신부터"

입력 2025-07-08 11:20
수정 2025-07-08 11:21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혁신위가 안될 것이 뻔하고 만약 혁신위가 출범한 다음 실패하면 당은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될 때는 정말 당이 살기 위해서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당대회 (출마) 생각을 안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는 "애초에 계획된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되면 자신이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제안했던 '인적 쇄신'을 가장 먼저 시작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반응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굉장히 난감하고 그렇게 하면 오히려 당에 분란만 초래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되면) "가장 최소한의 인적 쇄신부터 시작하겠다. 그래야 국민들이 우리 당이 바뀌려고 한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적 쇄신 대상과 범위에 대해선 "우리가 수사 기관은 아니니 백서가 나오면 거기에 따라 사과할 분, 징계받을 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다음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지난 3년간의 국정 난맥상, 특히 계엄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정권 시절 당헌당규들이 왜곡된 것이 많다"며 "본인들이 원하는 당 대표를 뽑기 위해 왜곡한 그런 것들을 다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척 쇄신'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권영세·권성동 의원 등 이른바 '쌍권'을 비롯한 지난 대선 당시 지도부 인사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당내에선 '비판' 의견이 주류…당 밖에서 "국힘 마지막 기회"당내에서는 안 의원의 행보를 두고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권영세·권성동 의원은 안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반발했다.

권영세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라고 직격했고, 권성동 의원은 "분열의 언어로 혼란을 조장하고 그 혼란을 발판 삼아 개인의 지위를 탐하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한동훈)계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훈 의원은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실컷 즐긴 뒤 인제 와서 '친윤이 인적 청산을 거부해 그만두고 당 대표에 나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당 밖에서는 안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계엄 및 탄핵과 단절할 마지막 기회"라며 안 의원 행보를 지지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혁신위원회가 출발도 하기 전에 좌초한 것은 돌발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만성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혁신위원장을 해본 적도 있고, 당 대표를 하다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것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윤핵관이 저항하면서 총공격을 받아서 당 대표에서 물러났던 적이 있다"며 "안철수 의원이 나름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혁신위원장을 수락했겠지만, 아마 큰 운동장에 30평짜리 운동장을 따로 긋고 그 안에서만 혁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도 그래서 '혁신위원장 수준의 권한으로는 손을 못 대겠다' 생각해서 더 큰 도전을 하려는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이 계엄 초기부터 선명하게 입장을 가져온 유일한 인사인 만큼 어쩌면 국민의힘에는 계엄 및 탄핵과 단절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송언석 "조속한 시일 내 신임 혁신위원장 임명"한편, 송 위원장은 안 의원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를 조속한 시일 내 다시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의 변화와 쇄신을 바라고 계신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신임 혁신위원장을 모시고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