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 확대가 저출생·저성장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

입력 2025-07-08 15:56
수정 2025-07-08 15:57

여성 창업의 확대가 한국 사회가 봉착한 저출생·저성장 문제의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여성 창업자들이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임신, 출산, 난임 등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펨테크(Femtech)’ 같은 신(新)산업을 개척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경제 성장도 이끌 수 있다는 이야기다.◇여성 기업이 전체의 40%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산하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의 여성경제연구소는 ‘제4회 여성기업주간’을 맞아 ‘저성장·저출생·고령화 극복을 위한 여성기업 역할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지난 2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번 포럼엔 여성 최고경영자(CEO)및 임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첫 발제를 맡은 김보례 여성경제연구소 소장은 여성 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여성 기업은 단순히 고용을 창출하는 수준을 넘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결국 국가 성장률을 견인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여성 기업인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 자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여성 기업은 전체 기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기업의 여성 고용률 71.7%로 남성 기업(31.4%)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김 소장은 “하지만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투자를 받는 사례도 적다”며 “출산·육아 관련 정책 대부분이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기업인’으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는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 소개된 해외 사례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자영업자와 여성 기업인을 대상으로 국민보험 기반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출산급여, 육아휴직 등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고용보험 중심의 체계로 인해 여성 기업인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여성 일상의 불편함이 새로운 기술 원천”이날 함께 발표에 나선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여성 건강과 생리 위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한 펨테크 기업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기존 생리대에 사용되던 미세플라스틱 흡수체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소재를 직접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연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며 “여성의 일상에서 출발한 불편함이 새로운 시장과 기술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여성 정책·경제 전문가들은 여성의 창업과 성장,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혜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창업은 국가의 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력 부족 상황에 대한 전략적 해법”이라며 “펨테크, 여성 건강, 고령자 케어 등 여성 특화 분야에 대한 집중 육성과 경력 단절 여성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 생태계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일정과 동선을 관리하는 앱을 개발한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는 “젊은 남성 중심의 벤처 투자 시장에선 여성 관점의 서비스가 투자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며 “투자 시장의 펨테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여성 창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