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여성 기업인

입력 2025-07-08 16:00
수정 2025-07-08 16:01

엔지니어 출신의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10년 넘게 GM을 이끌며 전기차 전환 등 중요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포브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5위에 이름을 올린 여성 기업인이다. 에비게일 존슨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자산운용 업계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 CEO로, 포브스 순위 6위다. 이밖에도 줄리 스위트 액센츄어 회장,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회장, 새프라 캐츠 오라클 대표 등 성공한 여성 기업인들은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공장 직원들을 부드럽게 이끌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는 데 공을 세운 줄리 스위트, 월가의 첫 여성 CEO로 조직 혁신과 책임 경영에 앞장선 제인 프레이저 등은 여성의 리더십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를 잘 보여준다.

여성 기업인은 그 조직은 물론 사회의 발전과 혁신을 이끄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역할한다. 한 사람의 경영인이 기업과 사회, 나라와 전 세계를 얼마나 나아지게 만드는지는 우리가 숱하게 보고 겪었다. 저출생과 저성장, 고령화, 장기 불황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들은 미래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미래를 여는 희망의 열쇠’를 쥐고.

올해로 네 번째 열린 여성기업주간은 바로 여성 기업인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법정 주간이다.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에 의거해 매년 7월 첫째주에 개최되는 법정 주간으로, 여성 기업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잡고 자긍심을 키우며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여성발명협회, 한국여성IT기업인협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관한다.◇저출생·고령화 문제해결에 앞장서
여성기업주간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326만명에 달하는 국내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열렸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진행됐다. 특히 개막식에는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해 여성기업인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참석한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개막식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여성기업인들과 유관기관, 중소기업 협·단체장,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기업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제4회 여성기업주간 슬로건은 ‘여성기업, 내일을 여는 희망의 열쇠’였다. 개막식의 주요 참석자들이 열쇠 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개막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막식에서는 여성기업 유공자 포상도 함께 진행됐다. 국내 최초로 철강코일 정밀제어 압연기술을 국산화한 대홍코스텍의 진덕수 대표가 금탑 산업훈장을, 저당 베이커리 등 품질관리와 기술혁신을 해온 베이커리 전문기업 디엔비의 신영이 대표가 은탑 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산업포장은 선박레이더 및 무선 송수신기 제조업체인 에코트로닉스의 성미숙 대표에게 돌아갔다.

대통령 표창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리아시스템의 김지원 대표,철근임가공 업체 정광스틸의 백채환 대표, 자동차 머플러 부품 업체 덕영테크의 김금자 대표, 제철 설비업체 비에스이엔지의 조차남 대표가 받았다. 국무총리 표창에는 농산물 제조업체 정화의 주정화 대표, 음식물처리기 업체 스마트카라의 이은지 대표, 교구업체 가베의 도호숙 대표, 유료직업소개업체 생활연구소의 연현주 대표, 전자상거래업체 패션지오의 이윤종 대표, 시스템소프트웨어업체 삼경엠에스의 엄연옥 대표가 수상했다.◇미래기술 이끌어갈 여성창업 격려여성기업주간의 프로그램은 △판로·공공구매 △소통·정책 △창업·일자리 창출 △지역행사 등 4가지 부문으로 진행됐다. 서울은 물론 전국 19개 지역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또 온라인 행사까지 더해 총 57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열렸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여성기업 정책토론회’는 저성장·저출생 극복을 위해 여성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보례 여성경제연구소장과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지난 3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 아도니스홀에서 ‘여성CEO 오찬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선 ‘펨테크 동향과 비즈니스 모델 전략’이라는 주제로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가 사례발표를 했다. 펨테크(femtech)란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주제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여성 문제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적용한 난임 AI 솔루션, 여성용품 구독 서비스, 출산 훈련 어플리케이션 등이 대표적 사례다. 펨테크 랜드스케이프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60개국에 설립된 펨테크 기업은 1416개다. 통계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는 2023년 약 70조 8017억원 규모인 전 세계 펨테크 시장이 2029년 160조 424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유일의 여성 창업자 경진대회인 ‘제26회 여성창업경진대회’의 시상식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에서 진행됐다. 우수한 창업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 기술을 보유한 여성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예비창업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업 확장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로 손꼽힌다. 이번 행사에는 총 1131팀이 참가했고 40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술창업 활성화라는 대회 취지에 맞게 바이오헬스, 교육서비스 등 기술창업 분야의 창업자가 79.5%를 차지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6팀(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우수상 3팀), 장려상 4팀(기업은행장상 2팀, 신한은행그룹장상 2팀), 입상 30팀(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상 30팀)이 선정됐다.◇여성근로자 고용에 앞장서는 여성기업대상은 받은 비욘드엑스의 정소진 대표는 혈액 다중마커를 이용한 조합 알고리즘 기반의 폐암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사업 확장 자금으로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고효율 K팝 글로벌 아이돌 육성 플랫폼을 개발한 씽잉비틀의 조민경 대표, 글로벌 AI 생성형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한 임희진 씨(예비창업)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AI기반 재개발·재건축 조합 운영관리(DX) SaaS 시스템을 개발한 이제이엠컴퍼니의 윤의진 대표, 치매 예방 AI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한 보이노시스의 신정은 대표, AI 기반 의료기기 성적서 검토 및 인허가 서류 작성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최조영 씨(예비창업)가 받았다.

대회 수상자는 포상과 함께 사업화 지원, 투자유치 연계 등 후속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된다. 수상자 중 상위 26개팀에게는 올해 9월 개최 예정인 ‘도전! K-스타트업 통합 본선’ 진출의 혜택도 주어진다.

이밖에도 △여성기업 공공조달 전자입찰 실무교육 오프라인 강의 △여성기업 우수제품 상생 기획전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성기업 일자리허브 매칭데이 △여성기업 판로 역량 강화 교육 및 맞춤형 MD상담회 등이 열렸다. 또 이달 말까지 전국 19개 지역에서 △여성기업인대회 △우수제품 판촉전 △나눔 바자회 △전문가 초청 특강 △경영애로 상담 등 지역 여성기업인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박창숙 여경협 회장은 “여성기업의 여성근로자 고용률은 남성기업 대비 2배 이상”이라며 “제4회 여성기업주간 행사를 통해 여성기업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여성기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