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민지 렌즈' 뭐길래…잭팟 터트린 '토종기업' [원종환의 中企줌인]

입력 2025-07-14 08:00
수정 2025-07-14 08:15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다국적 제약기업이 6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알콘의 '워터렌즈',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 등의 브랜드가 대표적 예다. 눈에 끼워야 하는 렌즈의 특성상 검증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이 반영돼 과점 기업이 점유율을 지키기 쉬운 구조다.

콘택트렌즈를 제조하는 스타비젼은 이런 기업들의 아성에 맞서 약 20%의 시장 점유율을 이어가는 토종 기업이다. 컬러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 이른다. 가수 뉴진스가 홍보하는 자체 브랜드 '오렌즈'로 유명한 이 회사는 렌즈 연구개발(R&D)과 생산, 유통 등의 전 공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11일 만난 박상진 스타비젼 대표는 "단순히 실적을 키우는 것을 넘어 경쟁력 있는 콘택트렌즈 제조 생태계를 선도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타 브랜드와 겨뤄도 손색없는 제품을 만들며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537억원의 매출과 5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토종 기업 기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해 150억원 규모 생산 기지 투자비상장사인 이 회사는 앞서 2018년 광주 북구에 있는 렌즈 제조사 지오메디칼을 인수해 자체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통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만에서 렌즈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하면 국내보다 원가가 17% 절감된다"면서도 "소비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광주를 주축으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렌즈는 두 품목을 제외하고 100% 국내에서 만들어진다. 스타비젼의 안경테 브랜드 '카린'도 소수 제품을 제외한 약 70%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박 대표는 "지오메디칼에 매해 150억원 규모로 연구 개발과 생산 설비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공장을 추가로 확보해 생산 능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력 제품인 컬러 콘택트렌즈는 안전성이 보장된 품질을 토대로 다양한 디자인을 연출하는 게 차별점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착용감이 불편하거나 시력이 나빠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렌즈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국제 의료기기 품질인증 'ISO 13845'를 국내 최초로 받은 게 오렌즈"라며 "인종별로 각기 다른 눈동자 색과 크기, 메이크업 방식 등을 분석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부드러운 색감과 작은 직경의 렌즈를 공급하고 동남아권에는 색감 대비가 뚜렷한 제품을 내놓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색감과 안전을 모두 고려한 제품 설계가 우리의 강점"이라고 했다.



양질의 제품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게 중장기적인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엔 유럽계 사모펀트 운용사(PE) CVC캐피탈이 회사 지분 49%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박 대표는 "스타비젼이 해외 시장에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CVC캐피탈과 협업해 R&D 역량을 높이고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도쿄에 카린 직영점을 내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도쿄를 기점으로 오사카 등으로 점차 매장을 넓혀나갈 구상이다. 박 대표는 "일본에는 전문 안경사 제도가 없어 개개인에게 맞춤화한 렌즈를 공급하는 게 어렵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눈 건강 전문가' 양성 위한 아카데미 운영이외에 스타비젼은 2017년부터 8년째 안경사의 실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오렌즈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신입 안경사가 곧바로 자체 매장에 실무에 투입돼도 원활히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오렌즈의 안경사는 판매자를 넘어 '눈 건강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경사 출신으로 2007년 스타비젼을 차린 박 대표는 2012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박 대표는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라는 초심을 지키며 단기적인 성과를 지양하고 양질의 품질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기본에 충실하며 지속가능한 K렌즈의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