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7일 오후 3시 24분
SK와 두산, 신세계그룹 등 대기업들이 주가수익스와프(PRS·price return swap)를 활용한 자금 조달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증권사가 PRS를 자산(파생상품)이 아니라 대출로 평가하면서 기업 내부에서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한 혼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이 명확한 회계 기준을 제시하기 전까지 PRS를 통한 자금 조달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본지 6월 26일자 A1, 3면 참조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IET와 SK온 지분을 기초로 한 PRS 계약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두산그룹도 PRS 발행을 계획했다가 최근 재검토에 들어갔다. 과거 PRS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신세계그룹도 회계 처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손실 및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대기업들이 부채 비율을 높이지 않고 급전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롯데케미칼 이마트 SK이노베이션 등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PRS를 통해 약 5조8000억원을 조달했다.
최근 회계법인과 회계기준원 등에서 PRS를 파생상품이 아니라 대출로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자 SK그룹 등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는 대출로 인식하는데 발행사는 차입금이 아니라 파생상품으로 회계 처리하는 구조가 회계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PRS를 활용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다가 최근 움직임이 한풀 꺾인 분위기”라며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PRS 계약을 검토하던 여러 기업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 PRS가 차입금으로 분류되면 자산건전성은 직격탄을 맞는다. 회계상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택한 PRS가 오히려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단기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의 명확한 회계 처리 기준 제시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 판단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PRS 계약 구조가 기업마다 달라 일괄적인 기준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PRS 계약이 차입금으로 인식되면 검토 중인 자금 조달 방안은 모두 무산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새로운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원은 과거 총수익스와프(TRS)와 마찬가지로 PRS도 특별한 근거가 없으면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