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계적 디자인상 ‘콤파소 도로(Compasso d’Oro·황금콤파스)’의 발상지인 밀라노 ADI디자인뮤지엄을 찾아 서울 디자인정책 고도화를 위한 국제 협력 강화에 나섰다.
오 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의 ADI디자인뮤지엄을 방문해 박물관 실무자들과 만나 디자인 행정의 방향성과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DI디자인뮤지엄은 1954년 시작된 콤파소 도로 상을 주관하는 이탈리아산업디자인협회(ADI)가 2021년 개관한 공간으로, 70년 역사의 산업디자인 수상작 약 2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콤파소 도로(Compasso d’Oro) 상은 이탈리아 산업디자인협회(ADI)가 1954년 제정한 세계 최고 권위의 산업디자인상이다. 실용성과 미적 완성도를 두루 갖춘 제품에 주는 상으로 ‘디자인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날 오 시장은 박물관을 운영하는 루치아노 갈림베르띠 ADI디자인뮤지엄 대표이사, 안드레아 칸첼라토 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서울의 디자인 정책 비전과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는 “서울은 도시 곳곳에 디자인을 적용하며 삶의 질을 높여왔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서울은 전시공간 등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언급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멋진 건축물은 만들었지만 늘 내부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반성과 고민이 있다”며 “밀라노 ADI디자인뮤지엄의 전시 기획과 운영 방식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협업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갈림베르띠 대표는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성까지 포함한다”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자인 어워드와도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싶다”고 화답했다.
칸첼라토 관장은 “서울의 디자인정책 발전은 DDP가 들어선 이후 인상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특히 최근 한국의 산업디자인은 삶에 밀착된 기능성과 인간 중심성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ADI디자인뮤지엄의 상설전시를 둘러보며 박물관이 수상작 하나하나에 ‘왜 이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을 바꿨는지’를 설명하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전시장에는 피아트 자동차, 조립식 휴대용 의자, 반려동물용 빗, 차량 브레이크 패드, 오토바이 에어백 슈트 등 기능성과 심미성을 겸비한 산업디자인 수상작들이 전시돼 있었다.
서울시는 2023년 ADI디자인뮤지엄과 디자인 정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디자인의 산실인 이곳에서 서울시와의 협력이 본격화되길 기대한다”며 “오는 10월 서울에서 다시 만나 보다 구체적인 협력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방문을 통해 글로벌 디자인 기관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시민 체감형 디자인 정책에 필요한 실질적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날 박물관 측에 한국 전통 공예기법인 나전칠기로 제작한 와인홀더를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밀라노=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