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스, 3년째 사상 최대 수출 보인다…삼양·CJ가 선봉장

입력 2025-07-06 17:23
수정 2025-07-14 15:26
비비고 고추장, 불닭소스 등 K소스 수출 금액이 3년 연속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K팝 인기로 ‘한국의 맛’을 체험하려는 글로벌 소비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식품업체들은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상반기 수출 사상 최대6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해 1~6월 소스 품목 수출은 총 2억1759만달러(약 2970억원)다. 작년 같은 기간(1억8297만달러) 대비 18.9% 급증했다. 2023년(총수출 3억5905만달러)과 작년(3억7337만달러)에 이어 3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양념(기타 양념) 수출이 1~6월 1억2319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삼양식품의 불닭소스가 불닭볶음면에 이어 인기를 끌며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상반기 불닭소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고추장은 양념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상반기 수출은 3982만달러였다. 6월 수출이 1253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5% 깜짝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고추장 등이 일본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끈 덕분이다. 대(對)일본 고추장 수출은 지난달 839만달러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1년간 고추장 수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고추장 다음으로는 혼합조미료의 상반기 수출이 3120만달러로 많았다. 된장은 548만달러였다. 각각 작년 동기 대비 57.4%, 0.5% 증가했다. 간장 수출은 같은 기간 1032만달러로 8.5% 늘었다. 간장은 국제 상품분류 체계에서 소스의 하위품목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로 집계한다. ◇ 한식 매장·체험 행사가 수요 견인소스 수출 증가의 주요 동력 중 하나는 해외 한식 매장의 증가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0개국 176개 매장에서 ‘두끼’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다른의 해외사업팀장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떡볶이를 접하면서 K소스를 맛보려는 MZ세대 발길이 꾸준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제조하는 전용 소스 수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도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 삼양식품이 지난 4월 미국 음악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 파트너십에 참여하며 선보인 불닭소스 캠페인 영상은 지난달 유튜브에서 1억 뷰를 넘어섰다. 정진수 KOTRA 무역관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불닭소스를 치킨, 타코, 부리토 등 다양한 음식에 응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5월 프리미엄 K소스 브랜드인 ‘서울풀리(Seoulfully!)’를 미국 시카고 ‘2025 NRA쇼’에서 선보이며 현지 요리사와 바이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샘표도 지난달 프랑스 디종 미식박람회에서 김치 양념 등을 소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 식품사들 “현지 입맛으로 승부”식품업체들은 K소스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 동시에 현지화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소스류 및 조미료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357조원에 달했다. 2029년에는 481조원으로, 연평균 6%가 넘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60여 개국에 K소스를 수출하는 CJ제일제당은 현지 수요에 맞춰 매운맛 강도를 달리하고, 소비자에게 익숙한 튜브형 상품 등을 출시하며 해외 매출을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 맞춤형 제품 출시가 최근 수출 증대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소스를 글로벌 전략 상품으로 추가한 대상㈜도 “현지 문화를 고려한 제품 출시로 K소스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브랜드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