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건강상 위협으로 기후 위기를 꼽는다. 온열질환이나 열사병뿐만 아니다. 우리 몸은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심박출량을 늘리는데, 이는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평균 기온이 1도 오르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4% 상승하고 신장 결석 발생 가능성이 39%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매, 우울증, 알레르기, 당뇨병 등도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이런 모든 변화가 보이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 위기는 또 건강 위기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식량 공급량이 1%씩 감소한다. 고온과 이산화탄소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식물을 섭취한 어린이는 인지 발달 저하, 정신건강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등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약 4.3도 상승하면 프랑스 전체 기대수명이 약 0.2년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극단적 온난화는 국가 전체의 수명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예측 불가능한 건강 위험을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준비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 위기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도착한 ‘현재’다. 기후와 건강 사이의 숨은 연결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최은아 삼성생명 미래금융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