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출시된 자산배분형 펀드인 디딤펀드가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디딤펀드 25개의 순자산은 총 2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1410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디딤펀드는 원리금보장형에 묶인 퇴직연금 자산을 실적배당형으로 끌어오려는 목적으로 금융투자협회가 중심이 돼 선보인 상품이다. 회원사인 자산운용사들이 ‘디딤’이라는 공통 브랜드로 상품을 내놨다.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사이 디딤돌 역할을 하는 펀드라는 의미다. 25개 가운데 10개는 기존 자산배분형 펀드를 개편했고, 나머지 15개는 신규 출시됐다.
펀드 외형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투자자 저변은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딤펀드 출범 초기 과제로 지적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편입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 디딤 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는 지난 5월 디딤펀드로는 처음으로 iM증권 디폴트옵션에 포함됐다. 펀드가 디폴트옵션 상품군에 포함되기 위해선 증권사 은행 등 퇴직연금 사업자 심사를 거쳐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펀드의 과거 3~4년 운용 성과를 평가하는 게 보통인데, 삼성 디딤펀드는 기존 자산배분형 펀드를 디딤펀드로 전환한 상품이어서 디폴트옵션에 포함될 수 있었다.
법인 자금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올 들어 디딤펀드에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자금 180억원이 유입됐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대표적 연금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는 개인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의 적립금을 한꺼번에 굴리는 기관이 활용하기 어렵다”며 “디딤펀드는 연기금 포트폴리오와 비슷한 자산배분형 펀드여서 법인자금 운용에도 적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